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비거뉴어리24.1.29-2.4.)

베푸 2024. 2. 21.

 

총회 전 마지막 이사회 회의를 일찍 마치고 나물반찬이 많은 식당에서 밥먹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맛있게 비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비건을 하는지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는지 등등을 물어서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찰음식이 있어 예로 들기에 참 좋고 이해도 쉽다.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고기를 덜 먹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일찍 먹은데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만 먹어서 오후가 되니 배가고팠다. 집에 먹을게 없어서 구좌 당근을 씻어 하나를 다 먹었다. 아주 달고 맛있다. 생당근 조하.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손가락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다.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다 감자옹심이 들깨탕이 생각났다. 이거 완제품인데다 비건이다.

버섯만 하나 더 썰어넣고 약불에 데워 속까지 익힌뒤 맛있게 먹었다. 감자옹심이도 쫄깃하니 맛있는데 들깨넣은 채수가 진하고 맛있다. 떡국떡을 넣어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익은 김장김치와 환상궁합.


기름없이 버섯을 볶다가 마지막에 좋은 올리브유를 휘리릭 둘러 덮밥처럼 만들었다. 소금간만해도 넘넘 맛있는 버섯. 비지찌개 조금 곁들여 먹었더니 훌륭하고 쉬운 한 끼였다.

 

저녁엔 약속이 있어 비건식은 못했지만 맛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페스코 채식을 하면서도 연어와 참치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그걸 궁금해하고 또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언제 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싶다.

우리가 먹는것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착취적인지, 우리의 식습관이 멸종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싶다.

알면 알수록 끔찍한 자본의 논리.


아침은 깻잎김치에 찬밥 조금 싸먹고 발레가기 전에 어메이징 오트와 초콜렛 먹었다. 그 정도가 적당했던것 같다. 움직이기도 편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딸기 요거트와 떡을 간식겸 점심으로 먹었다. 떡은 종류도 많고 참 훌륭한 비건식이다. 포장이 과한것이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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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쌀이 귀해 보리나 메밀등을 넣어 떡국을 만들었다고 한다. 언니네 텃밭에서 토종쌀과 흑보리, 메밀로 만든 채식 떡국 세트를 주문했는데 배송받아 끓여먹었다.

 

채수까지 들어있어 아주 편하게 비건떡국을 끓였다. 떡도 국물도 맛이 훌륭했다.

 

비거뉴어리 마지막 날이다. 이제 3년차라고 뭘 먹어야하나 그렇게 고민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완벽하게 실천하는것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만해서 더 그랬던것 같다. 해먹고 싶은 비건 레시피가 많았는데 다양한 음식을 만들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꼭 비거뉴어리에 해봐야하는건 아니니 차차 도전!!)

 

음식은 생각으로 먹는것이 많다. 고정되고 틀에 박혀있는 지점들이 있다. 된장찌개에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애호박이, 매운맛! 하면 생각나는 청양고추가 때에따라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이며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아니 알아야 한다. 내 식탁에 올라오는 식품 대부분은 생산자가 아니라 몇몇 세계 음식기업을 배불리고 환경에 더 큰 해악을 안긴다. 이제 우리와 이웃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말이다. 개인이 실천한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거대한 연결이 있지만 사회를 움직이고 정책를 만들고 의식을 바꾸는 시작은 결국 실천하는 소수다.

 

문제의 일부가 되지 않고 해결의 일부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그 바운더리를 넓히는데 나도 미약하나마 힘이되길 바란다.

Be a part of the solution not part of the pollution!


비거뉴어리는 끝났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의 비건식은 계속된다~ !! 시금치 소테 샌드위치 만들고, 당근라페와 사과 커피로 맛있는 한끼. 사과에 땅콩버터를 찍어먹으면 요기도 되고 참 맛있다. 자칫하면 칼로리 폭탄이 될 수 있지만 기름도 설탕도 없이 땅콩만 100% 인 땅콩버터가 요즘 많이 나오니 그런 제품을 이용해보시길~ 완전맛있 ㅎㅎ

오랜만에 솥밥했다. 미리 불려둔 쌀에 버섯을 듬뿍넣고 촉촉하게 밥했다. 버섯향이 듬뿍 들어있는 솥밥은 밥만 먹어도 맛있었다.

요즘 푹 빠져있는 묵은지 지짐, 양념을 한번 헹궈내고 들기름 쌀뜨물 마늘 설탕만 넣어 푹 익히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밥도둑이다. 한살림에서 사온 달래를 열심히 손질해 달래장도 만들고 엄마가 구워준 곱창김도 더해서 맛있게 먹었다. 늘 그렇듯이 솥밥은 밥을 많이 먹게되어 둘이 한 솥을 거의 클리어했다.

 

야밤에 맥주가 땡겨 한 잔 마셨다. 양배추를 우스터소스에 찍어먹으면 아주 건강한 맥주안주가 된다. 제철 제주 양배추라 아삭하고 달큰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조미하지 않은 곱창김은 바다향이 고대로 있는데다 간도 느껴져 맛있다. 채식 안주도 훌륭하다.


사과만 먹으면 허전하고 그렇다고 뭘 먹기엔 애매할 땐 땅콩버터를 같이 먹자. 그럼 포만감도 느껴지고 맛도 아주 좋다. ㅎㅎ 발레 가기 전에 요것만 먹었는데 아주 편안하게 움직이다 올 수 있었다. 별로 안움직이는것 같은데도 땀이 훅 나서 집에올 땐 좀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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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두어서 술처럼 되어버린 대봉시를 창밖에 두었더니 직박구리가 오며가며 다 먹었다.

대봉시를 사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드는거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는데 직박구리가 도와주어 고맙다. 식재료를 재배하고 운송하고 조리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 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몇 억명씩 죽어가는 때에 음식물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먹을만큼만 사다 모두 먹고 쟁여두지도 말아야지. 명심! 또 실천! 집에오는길에 장보고 서점에도 들렀다가 국수 한그릇 먹고왔다.

자연산 굴이 세일이길래 한 통 샀다. 굴밥을 할까, 굴전을 할까, 굴떡국이나 굴국밥을 끓일까 했더니 곰이 굴파스타가 좋단다. 집에 남아있는 시금치와 로마네스코 넣고 굴 반통 몽땅 넣어 파스타 만들었다. 역시 굴을 넣으니 감칠맛 폭발이라 면수외에 별다른 간도 안했는데 너무 맛있다. 자연산 굴이라 크기가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파스타 두어개당 하나씩은 있을만큼 굴잔뜩 파스타. 곰이 내가 한 요리가 역시 최고라고 치켜세워줘서 좋았다.

완벽 남음제로 ㅎㅎ

 


포장할때 용기내는거 당연하죠?? 쓰레기 안나와서 맘도 편함

 

아침에 일어나 팥죽 끓여먹으려고 쌀만 넣으면 되는 상태로 준비를 다 해놓고 잤는데 그새 맘이 변했다. 사람 맘 참 간사하다. 배도 안고프고 숨쉬는것까지도 귀찮길래 아침은 생략(사실 곰이 빵을 몽땅 다먹음, 먹을게 엄슴.)하고 점심에 분식 사다 먹었다. 김밥이 너무 짜서 별로였다. 집김밥 먹고싶다. 당근 시금치 듬뿍들어있는 담백한 집김밥.

한살림에 생물꼬막이 있어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꼬막을 샀다. 꼬막철이라 달고 맛있었다. 벅벅 씻어서 한 방향으로 돌리며 삶고 곰이 하나씩 뚜껑 따준 꼬막에 달래장을 올려 양념꼬막을 만들었다.

남은 굴 모두넣어 굴미역국 끓이고 성남용인 논학교에서 수확한 토종쌀밥고 지어 맛있게 먹었다. 사케도 한잔하며 1.2kg 꼬막을 한끼에 클리어.

 


2월이고, 입춘이다. 네이버 메인화면의 배너가 넘 예쁘다. 새싹이 연주하는 음악이라니. 봄의 향연인가보다. 새해가 되었고 겨울도 끝나가나보다.

 

토종 재팥으로 팥을 삶아 팥죽을 끓여보았다. 재팥은 타고남은 재와 같은 색이라 재팥인데 색연필로 칠한듯한 회색빛이 참 매력적이다. 익히면 보통의 팥처럼 붉어지는것도 신기하다. 죽으로 끓여놓으니 일반적인 붉은팥보다는 색이 좀 옅은것 같다. 재팥은 단맛이 강하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이번엔 새알심 만들지 않고 불린 쌀을넣어 만들어보았다.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던 곰에게도 한그릇 주었다. 불리지 않고 압력솥에 익히는 법을 배운뒤로 팥죽을 잘 해먹는다. 쉽게 하는 법을 아는건 그래서 중요하다. 팥죽도 팥밥도 좋다.

메밀묵을 샀다. 세일해서 생각없이 집은건데 무칠까하다가 묵밥으로 먹기로 했다. 메밀묵을 가늘게 썰고, 김장김치도 쫑쫑썰고, 계란지단도 곱게 부쳐 올린 메밀묵밥.

메밀묵밥엔 꼭 기장밥이나 조밥이어야 잘어울린다. 뜨거운 온육수 붓고 잘 섞어주면 모양은 좀 없어도 맛은 굿~ ! 오랜만에 먹어서 더 맛있었다. 부추전도 부쳐서 같이 냠냠.

그 사이 주스를 다 먹어서 다시 착즙했다. 사과가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 뺐더니 맛이 좀 부족하다. 양배추의 비릿한맛을 못잡아준달까? 역시 재료들 사이의 조화가 중요한듯하다. 사과가 빠진 cct(carot, cabbage, tangerine)주스 착즙해 얼려두고 토란도 구워 껍질까서 밀프렙 해뒀다. 설밑에 갈무리 제대로 해놓은 기분이다. 냉털도 잘 해야지.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는 자기기만이다. 전 지구인의 총동원이 필요한 이 시대에, 당신은 어떤 것을 그만두고 싶은지 궁금하다. 고기 먹기를 일단 멈춘 동지로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나에게 없는 지혜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날씨와 얼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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