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4.2.5.-12.)

베푸 2024. 2. 21.

 

남은 밥으로 당근김밥을 싸먹으려 했으나 당근볶고 지단 부치고 밥 양념까지 하려니 상당히 귀찮았다. 눈비가 오는 날씨라 뜨끈한 칼국수가 먹고싶은데 재료가 없어서 손질해둔 토란으로 떡국끓여먹었다. 버섯도 넣고 남은버섯은 기름없이 구워서 건강하게 모두 먹었다.

 

로마네스코 한송이와 콜리플라워 반송이를 몽땅 넣고 로제떡볶이 만들어 먹었다. 의도한건 아닌데 만들다보니 종일 떡만 먹었네 ㅎㅎ 한쪽 어깨가 결려서 팔도 잘 돌아가지 않고 머리까지 아팠다. 아무래도 잠을 잘못잔듯하다. 스트레칭을 하니 조금 나은것 같아서 한참을 어깨펴는 요가, 폼롤러 스트레칭을 했다. 혼자하기 심심하니 곰한테 이동작 저동작 시키는데 곰이 잘 못따라하니까 너무 웃기고 하란다고 하는 곰이랑 시시덕대고 있으니 재미있었다. 그래 사는거 별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곰이 남긴 빵으로 프렌치토스트 만들고 양송이버섯 한통 다 썰어넣고 스프도 끓이고 커피도 내려서 차린 점심. 비거뉴어리 하는 동안 안사서 몰랐는데 날이 추우니 계란구하기가 어렵다.

한살림에 갈 때마다 없다. 닭들이 추우면 알을 안낳는다고 하니 겨울엔 계란도 적게 먹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끓여놓은 육수로 만들기 쉬운 메뉴로 정했다. 김치랑 버섯 감자를 썰어넣고 끓인 칼국수와 냉털 만두. 곰이 사온 금실 딸기는 설향보다 2천원이나 더 비싼데 떡같은 식감이 나서 별로였다 ㅠㅜ

고양이 텃밭이 얼른 택배판매를 재개하면 좋겠다.


기분나쁜일이 있어 발레도 못가고 밥때도 한~~참 지났다. 팥죽 남은것이 있어서 쉽게 데우기만 해서 먹을 수 있었다. 동치미와 같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기분도 안좋다고 했더니 곰이 한살림에서 칠리새우를 사왔다. 중국집에서 먹는 양상추에 바로올려 뜨끈하고 새콤한 큰 새우는 아니지만 제주 딱새우살에 건강한 양념이니 양배추 곁들여 저녁인듯 안주같은 한끼를 먹었다.


설에 내려갈 준비하고 차도 손보고 목욕도 했다. 목욕하고 나왔더니 점심시간이 훌쩍지나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요기했다. 문자에 답신하느라 몇개 집어먹고 보니 몽땅 없어졌더라. 나는 반 줄이나 먹었나?? 곰이랑 먹을땐 뭐든 1인 1그릇이어야한다. 같이먹으면 위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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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가져갈 물건도 사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오랜만에 큰 마트에 갔다. 필요한 것들을 사고나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갈치구워 된장찌개에 밥먹고 싶었지만 그럼 밥에 찌개에 생선구이에 반찬까지 다 만들어야하니 일이크다. 타협하고 마트에서 파는 양장피 한 팩 사왔다. 그리고 요리할 시간에 도서관 들러 집에와서 양배추 채 추가로 넣어 비벼먹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나오고 맛도 재료도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한번은 나쁘지 않다고 합리화해본다. 곰은 “이게 저녁인가? 야채만 먹은것 같은데?” 라고 했다. 황당.


설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침일찍 준비하고 나왔는데도 5시간이나 걸렸다. 휴게소도 한 번 안들렀는데…ㅠㅠ

냉털한다고 비~ 싼 딸기와 우유 갈아 차에서 마시고 배고파서 점심으론 청국장 사먹었다. 오랜만에 간 집인데 그 사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반찬까지 몽땅 남음제로.

 

저녁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랑 해산물 파티. 동서랑 통도 들고가서 제로웨이스트로 사온 홍게, 생골뱅이 찌고 회도 차렸다. 괴산 여행때 먹었던 맛있는 유즈사케를 이번엔 가족들과 먹었더니 좋았다. 해산물과 참 잘 어울린다. 수다와 웃음이 더 해져 좋은 시간이었다.

디저트같은 홍게라면과 과일까지 야무지게 다 먹었네.


동서가 미리 진하게 우린 멸치 육수에 고명으로 두가지 색으로 곱게부친 지단까지 올린 떡국을 설 아침으로 대접받았다. 차려진 밥상을 받기만 해도 되나?? ㅎ 아주 맛있었다. 고기국물도 안만들고 고기고명도 안만들어서 더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소비로 만들어내는 힘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고기와 기후위기의 관계, 식생활과 파괴&착취의 관계를 알리고 싶다. 듣기싫은 잔소리나 가르치려드는 말의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관심을 이끌고 재미도 있는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지.

 

밥먹고는 건강이 안좋으신 아버님 병문안 갔는데 너무 짧게 면회한데다 변한 모습을 봬니 맘이 안좋았다.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잘 산다는 건 무엇인가? 나는 죽기 전에 뭘 하면 좋을까? 그동안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꼭 사과는 하고 죽어야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욕심만 채우거나 아무생각없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태어난 세상에 한가지라도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죽었으면 좋겠다.

곰이랑 돌아오는 길에 바다보며 선물받은 책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해의 동네책방(서호책방)과 동서가 추천 & 선물해준 책은 마침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 었다. 어쩜 텔레파시라도 통하나 싶었다. 선물할 때마다 꼭 카드나 엽서 편지를 잊지않고 써주는 동서의 세심함에도 감동이었다. 그 맘과 정성이 가장 귀하고 고맙다.

어머님이랑 강문해변에서 저녁으로 해물뚝배기 사먹었다. 이제까지 함께한 식사중에 제일 잘 드신것 같아 뿌듯했다. 바닷가인 시집에 내려오니 계속 해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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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운전으로 고생한 곰이랑 피곤해서 늦게까지 자다가 점심먹으러 엄마한테 갔다. 당연히 떡국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곰이 좋아하는 김치찜을 만들었다. 엄마가 곰이 좋아하는 거 해줄때 좋으면서도 싫다. ㅋㅋㅋㅋㅋ 나는 나물이랑 밥 두 그릇 먹었다.

점심먹고 광화문 씨네큐브에 영화보러 갔다. 내가 사랑하는 켄로치 감독의 신작을 보기 위해서다.

<나의 올드 오크>는 기대보다도 더 좋았다. 중간중간 눈물이 툭 터지는 장면들이 있어 참느라 힘들었다.(가족들 앞에서 영화보며 우는거 쑥쓰…) 켄로치 감독은 이번 작품이 인생의 마지막 장편일거라 했지만 그러지 않으시면 좋겠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에서 시작해 <미안해요 리키>를 지나 이번 <나의 올드 오크> 를 통해 켄로치는 나의 최애 감독이 되셨다. 이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차애. 오기가미 나오코는 차차애 ㅎㅎㅎ

 

가지딤섬, 해물 누룽지탕, 마라새우

 

10분에 1500원이나 하는 광화문에 유료주차까지 하고 폭풍검색해서 찾아간 맛집은 실망이었다. 맛이 없진 않았어도 전체적으로 너무 달고 양도 적고 동네맛집 같은 수준이었다. 내가 우리 팀멤버들이랑 자주가는 술집의 퀄리티보다 못했다. 가격도 비쌌는데~ ㅠ 많이 아쉬웠다. 엄마랑 곰이랑 좋은 시간 보낸걸로 만족한다.

 

곰이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일부러 가야하는 장소에서 원두도 사오고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도 사고 마무리도 즐거웠다.

 

 


엄마집에 다녀온 날은 언제나 넉넉하다. 말린 표고버섯과 토란넣고 떡국 끓였다. 메밀, 흑보리, 쌀 세가지 떡을 넣은 나름 삼색(?)떡국 ㅎㅎ 떡국만 끓여도 반찬이 많으니 편하고 좋구나.

명절에 빠지면 섭섭한 비빔밥. 밥하고 버섯된장국 끓이고 계란후라이만 만들어 뚝딱 차렸다. 엄마가 고추부각을 튀겨줬는데 비빔밥과 고추부각이 너무 잘어울려서 곰이랑 경쟁하듯 먹었다. 나물을 많이 먹으니 속도편하고 좋다. 연휴가 끝났으니 조금은 더 채소중심 식사를 해야지.


제로웨이스트를 한다고 하거나 채식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개인의 취향으로 치부하거나 너 혼자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한다. 그런 군중속에 있으면 정말 혼자 발버둥 치는것이 뭔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문제에 있어서 슈퍼히어로가 등장해 마법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현실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가 등장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개연성 없는 극을 최악이라고 평가한다. 극에서 조차 그러하다.

(*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란, 그리스 연극에서 쓰인 무대 기법의 하나.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결말로 이끌어 가는 기법.)

 

과학으로도 슈퍼히어로로도 해결할 수 없다.

내가, 우리 모두가 해결의 somebody 이다.

 

아래의 사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물건이야기의 인스타피드에서 본 것이다.

@storyofstuff

 

나는 항상 궁금했어.

왜 누군가 이 일에 대해 뭐라도 하지 않는거야? 그리고 나는 깨달았지 내가 바로 그 누군가 라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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