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삶/제로웨이스트

캡슐머신과의 이별

베푸 2020. 11. 2.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캡슐머신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제로웨이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건 오로지 ‘플라스틱’ 의 문제 때문이었기 때문에 커피캡슐은 내 관심에 있지도 않았다.

 

독일에선 정부지원금으로 캡슐커피와 일회용 용기들을 살 수 없도록 구매금지했다는 기사.

 그러던 중 독일에선 환경영향성 때문에 캡슐커피를 사는데 정부지원금을 쓸 수 없다는 기사를 보았다.

‘위장환경주의’ 라는 책에선 캡슐의 환경유해성과 기업의(네슬레) ‘그린워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린 워싱’이란 기업이 실질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을 표방하는듯 보이도록 홍보만 하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위장전술이다. ) 알루미늄캡슐의 생산방식, 커피농부들의 처우, 캡슐 재활용시스템 등 그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지만 지속가능한것처럼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캡슐커피의 심각한 환경유해성과 네스프레소의 그린워싱

 

 

위장환경주의

다국적 기업은 자신들의 행동을 위장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을 이용하는가환경의 범위는 넓고도 깊다. 그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는 지구 온난화다.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수없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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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느꼈지만 그래도 캡슐전체가 플라스틱인 다른 캡슐들 보다는 알루미늄 캡슐이 덜 해롭겠지... 하는 합리화에,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편리함에 계속 쓰고 있었다.

 

작년 봄 처분한 네스프레소 버츄오.

 버츄오와 일반머신 두 대를 쓰다가 맘속에서 불편함과 갈등을 겪는동안 버츄오는 정리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위가 심각하게 아파지면서 머신에 대한 고민은 한동안 잊었다. 강제로 커피도 끊게 되었기 때문이다. 변명을 하자면 제로웨이스트 하기 전에도 캡슐은 어디에 버려야 할 지 애매하여 꼭 수거팩에 담아 네스프레소에 돌려주었다.

단 한번도 캡슐을 그냥 버리지는 않았다는 비겁한 변명을 해본다.


그걸 회사측에서 정말 재활용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물건 이야기

지속가능한 생태경제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한걸음!『물건 이야기 THE STORY OF STUFF』는 물건들이 경제 영역을 통과해가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알기 쉽게 풀어썼다. 아침에 길거리에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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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책 ‘물건이야기’ 에서는 후생을 위해 두 가지를 없앨 수 있다면 ‘알루미늄 캔과 PVC’ 를 없애겠다고 했다. 알루미늄은 그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오염을 일으키고 채굴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렇게 힘들게 채굴한 알루미늄이 겨우 불량식품(콜라같은)을 담아 먹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쓰이는것은 화가난다고 했다.

 

소비재 중에 어떤 것들은 그 자체가 독성이 너무 강하고 낭비적이며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생산 공정을 개선해서 될 일이 아니라 아예 만들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것이 가장 낫다.
만약 내가 사람들의 건강과 지구의 후생에 막대한 플러스 효과를 줄 수 있도록 마술지팡이로 일상생활속의 물건 중 두 가지를 없앨 수 있다면, 알루미늄캔과 PVC를 없애겠다.
당신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곧바로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찾고 있다면, 이 유독하고 완전히 불필요한 두 물질을 생활에서 제거하는것에서 시작하시길
애니 레너드 ‘물건 이야기’ 중

 

그 책을 읽고부터 나는 가급적 캔도 사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이대로 계속 캡슐머신을 쓰는것은 너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캡슐의 내부, 알루미늄은 부식방지를 위해 내부를 플라스틱으로 코팅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의해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과 알루미늄 둘 다 녹아내린다.

더욱이 알루미늄 캡슐 내부는 부식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있다니 캡슐 사용은 내가 지향하는 ‘플라스틱 프리’ 와도 상충하는 것이었다.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둘 다 쓰는 격이니 말이다. 지속적으로 알루미늄에 노출되면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 건강에도 안좋을 것이다. 미량이라고는 하나 내가 사용한것만 8년째이니... 무시할 수 없는 양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기업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압박이 심해 친환경 프로그램들을 운영중이다. 네스프레소에서도 캡슐을 재활용하여 펜도 만들고 자동차 휠도 만들고 여러가지로 재활용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캡슐 반납을 했을 경우에 일어나는 일이다. 봉투를 제공하는것 외에는 캡슐을 갖다주면 할인을 해준다거나 포인트를 쌓아준다거나 캡슐이라도 몇 개 준다거나 하는 일체의 리워드가 없어서 실제 수거율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머신을 사용 안한지가 오래돼서 고장난지도 몰랐다. 기계도 안쓰면 고장이 나는지 물이 나오는 부분이 오락가락했다. 큰 고장은 아닌듯 보였다. 버려야하나? 중고로 팔아야하나? 누굴 줘야하나? 처분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것도 친환경은 아닌것 같아 우선 고친 뒤에 써보고 싶다는 지인에게 주기로 했다.

 

매장에 들고갔더니 더 이상 U모델은 AS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못고치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고쳐주지 않는단다. 대신 새 모델을 구입할때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보상한다는데 헛웃음이 났다. ‘지속가능성을 생각’ 하는 기업이 라더니... ‘그린 워싱’ 책의 말이 맞네...

 

정말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 물건의 수명이 다 할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더욱이 고객이 수리를 원한다는데....

 

캡슐커피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캡슐 분유, 캡슐 차, 캡슐 맥주에 이르기까지 편리한 캡슐활용분야가 더 넓어지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편리를 위해 파괴적인 방식을 쓰는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한다.

 

코로나19가 준 가장 강력한 메세지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는 것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것 같은 일이 내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렵게 채굴한 귀한 자원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지금과 같은 추세는 지속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옳은 방향이 아니다.

 

나도 이제사 정리한 주제에 당장 캡슐머신을 사용하지 말자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캡슐머신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면 다회용 캡슐을 쓰거나 적어도 사용한 캡슐을 가져다주는 작은 불편은 감수하자!! 그리고 기업에게 자신이 생산한 물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라고 계속 요구하자!!

 

그리고 커피 자체가 환경영향성이 큰 작물이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차를 마시거나 커피를 좀 줄여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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