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착한 소비는 없다

문구덕후의 미니멀 이야기

베푸 2020. 11. 21.

 

책상을 치웠더니 그 책상에 올려뒀던 필기구들이 잔뜩 나왔다.

 

한 때, 필기구 덕후였던 1인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곤 매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다닐때 공부하기 싫으면 밖에나가 예~ 쁜 펜을 하나 사서 그걸 쓰고 싶어서라도 억지로 공부하려고 애썼다. 정말 펜 때문에 공부가 된건지 펜을 사고싶은 합리화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름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라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한테도 자랑스럽게 전수했었다.

 

좋아하는 만큼 다~ 썼으면 괜찮겠지만 펜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동시에 굳어서 못쓰는 것들도 늘어났다.

 

애들도 나눠주고, 안나오는건 버리고, 정리를 했음에도 남은것이 엄청났다.

당근마켓에서 비운 학용품들

작년에 당근마켓에 내놓아 한 번 크게 비웠다.

 

그런데도 이번에 책상을 비우며 정리하니 서랍장에서, 필통에서, 연필꽂이에서 또 잔뜩 나왔다.

 

비우고 싶지만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텀블러 손잡이 때처럼 이번에도 답을 얻었다.

 

집단지성의 힘은 위대하다.

나눔 코리아에 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새것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것이면 괜찮고 노트나 다른 학용품도 분류해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으니 기뻤다.

구석구석을 뒤져 새노트, 사용감이 있는 노트, 학용품들을 모으고 펜도 종류별로 분류했다.

쓰지않고 갖고만 있던 새 물건들도 나왔다.

 

종류별로 분류하고 묶어서 나눔코리아에 보낼 박스를 만들었다.

이렇게 모인 물건들은 제3제국의 아이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Q&A 게시판에 택배비(선불or착불)문제와 기부금 영수증 등의 질문이 있었다. 내가 ‘불쌍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니 택배비는 받는 쪽에서 부담하라는 또는 기부하는 것이니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우리는 내가 주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철저하게 계산하지만 내게 오기 까지의 과정엔 무심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비생활을 하려면 지구가 3.3개나 필요하단다. 그리고 현대 전지구 평균은 1.7개만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제3제국의 아이들이 먹어야 할 것들 그들이 가져야 할 것들을 다 뺏어쓰고 있는 것이다.(결국 다 먹지도 쓰지도 못하고 버린다ㅠㅠ)

 

이전의 식민지가 물리적으로 보이게 착취하는 행위였다면 현대사회의 소위 선진국들은 보이지 않도록 여러단계를 거쳐 조용히, 합법적으로 착취한다.

 

우리가 사는 제품의 원재료를 벌목하고 채굴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3제국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사망한다. 숭고한 어떤 가치나 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없이 사고 막 버리는 최신유행 물건을 위해서 말이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때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내려간 잠수사가 사망하자 더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이 모든걸 그냥 덮자고 난리였다. 누군가 실종되거나 사고를 당했을때도 더 많은 희생을 막기위해 수색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거침없이 낸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귀하게 쓰지도 않을 만원짜리 티셔츠 한장과,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최신형 휴대폰 때문에 생명을 잃은 수 많은 사람들에겐 관심조차 없다.

 

평균적으로 새옷을 사면 7번 정도 입고 버려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새가구도 사서 유지하는 기간이 몇개월 밖에 되지 않는단다. 그런 취급을 받는 물건을 더 많이 만들고자 한정적인 지구 자원과 에너지를 쓰고 환경을 오염시켜 기후위기를 앞당기며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과연 옳은일일까? 돈을 주고 구입한 물건이니 정당한 댓가를 지불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덜 소유하는 것이 개인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겠구나 생각했다.

 

모두가 더 싼것을 원할때는 착취와 파괴, 오염을 자행하며 더 싼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모두가 제대로된(생산부터 과정 폐기에 이르기까지)물건을 찾으면 세상은 그런 방향으로 바뀔것이다.

 

내가 쓰던 펜은 버려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처치곤란인 물건을 떠넘기는 것 같아 맘이 불편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제몫을 갖지 못하고 착취한 나라의 사람이 쓰던물건을 받는 제3제국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앞으로 필요하지 않은것은 절대로 사지 않을것이다. 필요한것도 두 번, 세 번 고민해보고 중고에서 먼저 찾을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세상이 변했으면 하는 방향으로
너를 변화시켜라”

 

 

 


이웃님들도 펜 기부 하실곳 찾으실까봐 주소 남겨둡니다.

 

나눔코리아 중앙회

(택배비는 선불입니다.)

주소: 서울시 강북구 한천로 1091 두성빌딩 3층, 청소년 육성지원팀

전화: 02-999-6147

평일 오전 9- 오후6시, 토요일 오전 9-오후 1시 상담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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