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지구텃밭 김장 하는 날 (feat. 배추와 무 텃밭농사)

베푸 2020. 11. 23.

 

배추심던날

올해 저는 생애 첫 텃밭농부, 도시농부가 되었는데요. 안타깝게도 길고 긴 장마와 폭우, 태풍의 영향으로 봄, 여름 농사를 망치고 말았어요 ㅠㅠ

 

작물들을 다 거둬내고 가을 배추를 심던날에도

땅이 너무 젖어 퇴비 뿌려준 땅을 뒤집지도 못한채로 그냥 심었죠.

배추와 상추 모종 심던날

다행히도 모종이 죽지않고 자라 주었지만 습해에다 어마어마한 벌레에 시달려 초반부터 고생이었어요.

모종 심은 그 다음주 배추모습

벌레는 좀 먹었어도 갈때마다 조금씩 커가는 모습에 참 뿌듯하고 고맙고 그랬는데요.

그 다음주엔 벌레가 더 많이,, 그 다음주엔 아주 아주 더 많이 먹어서 레이스 배추가 되어있더라구요 ㅠㅠ

점점 뼈대만 남은 배추

정말 벌레가 어마어마 했어요. 이때까진 난황유만 뿌려줬었는데 잎을 하나씩 뒤집어서 보이는 벌레란 벌레는 모두 잡고 유기농 농약 ‘충식이’ 도 뿌려줬어요.

심을때부터 내내 밭이 죽처럼 젖어있어 문제 였기 때문에 물을 주는걸 조심했더니 가을이 되고 날이 계속 맑던 그 후로는 배춧잎이 누래지고 마르는것이 물이 부족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고 방치했다가 배추를 다 죽일뻔 했다지요. 다행히도 열심히 물을 주니 배추속이 차더라구요. (주인 잘못만나 니들이 고생이 많다...😭)

끝이 다 말라 바스라지던애들이 살아나다니... 배추 하나하나 묶어주는데 진짜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어요. 

묶어준 배추모습 ㅎㅎ 너무 귀욤.

속이차고 오므라드는 배추😍 이제 내가 아는 그 모양 배추가 되는구나...

무는 또 어떻게요?

무의 성장기

아무것도 없는 땅에 씨앗을 심어 귀여운 싹을 내고 또 조금씩 조금씩 커지는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무에게도 시련이 없었던건 아니에요. 무도 물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무슨 병해를 입었는지 잎이 마르고 상태가 안좋아졌어요 ㅠㅠ 제일 크고 잘 자란 녀석이 죽을까봐 너무 속상했었죠

그래도 다시 열심히 물주고 안좋아진 잎도 다 떼어냈더니 살아나더라구요.

정말 기쁘고 고마웠어요.

 


11월 15일,

심은지 약 90일 만에 배추와 무를 수확했어요.

수확한 배추와 무, 쌈채소들

기후위기로인한 이상한 날씨때문에 고생하고, 각종 벌레들에게 다 뜯기며 고생하고, 뭘 어찌 해줘야할지 모르는 어리버리한 주인때문에 고생하며 어렵고도 어렵게 자란 아이들을 수확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이상하던지...

비록 파는 배추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작고 볼품없으며 벌레먹은 자국도 많지만 처음 심었던 배추 16포기, 무 9개가 모두 자라주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배추와 무로는 김장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배추 속이 차지 않아서 김치를 담글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지구텃밭에서는 해마다 김장을 해서 ‘안나의 집’ 에 기부하는데 배추 상태가 다 좋지 않아 김장은 다른 유기농 배추를 사서 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드디어 두둥!

11월 21일, 어제 김장을 했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못하는거 아닌가 했었는데 처음 만나는 지구텃밭 가족들하고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이 김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어요.

 

그런데 이 배추도 우리가 수확한 배추만큼이나 작더라구요. 몸집은 크지만 속이 들어차지 않아 김장용으로 쓸 수 없는 배추도 있고 반면에 크기는 작아도 속이 들어찬 배추는 김치가 될 수 있다고 해요. 같은날 심어 같이 돌봐준 배추도 각각 다르다니 참 신기하죠?

 

그 배추를 보며 나는 몸집 키우기에만 열중한 나머지 속이 들어차지 않은 배추처럼 나이먹고 있는건 아닐까? 빛이나 바람, 뿌리내린 땅의 환경 때문에 몸집을 더 키울 수는 없어도 속을 채우는데 열중한 저 배추처럼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ㅋ

 

뭐시 중한지를 아는 배추!!

이렇게 올해 생애 첫 텃밭에 도전한 저는 비록 내가 키운 배추는 아니라도 김장김치를 담가 기부하는 것으로 행복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즐거운 불편’에서 작가는 텃밭을 ‘학교’ 라고 표현하더라구요. 저도 올해 텃밭이라는 학교에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꼈어요. 내가 먹는 작물이 어떻게 자라 어떤 모양으로 변하는지, 채소의 꽃들은 얼마나 예쁜지, 기후위기가 우리 식생활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몸소 느꼈죠. 그중에서도 땅을 해치지 않고, 함께하는 모든 생물들을 존중하며 작물을 키우는 유기농 에 대해 배운것이 제일 좋았어요. 매일 매 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김없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숙인들과 청소년, 소외된 이웃들에게 한끼 식사로 사랑을 전하는 안나의 집은 올해 코로나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고해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양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담고있는 에너지와 주파수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안나의 집’ 식구들에게 이 김치에 담긴 땅의 기운과 위로까지 온전히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확한 배추와 무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요. 이 배추와 무가 무엇으로 변신했을까요?

 

제가키운 배추로 만든 각종 배추요리 레시피

몽땅 올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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