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9.20. ~ 9. 26)

베푸 2021. 9. 28.

 

 

단촐하고 조용하게 보내는 추석이라 우리 먹고싶은것만 하자고 했는데도 하다보니 자꾸 늘어 잔치음식이 되었다. 역시 나물의 달인 엄마는 내가 일어나기도 전 아침시간에 나물을 다 해놓고 전날 저녁 겉절이도 담갔다.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나물, 숙주, 죽순, 더덕, 오이도라지 무침에 동태전, 녹두전, 다시마전

 

나물을 척척 할 수 있는 능력 정말 부럽다. 나물 잘하는 할머니가 되는것이 꿈이다. ㅎㅎ 나는 예전부터 전 담당이라 전을 열심히 부쳤다.

동태전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건 요리!!

현명한 채식의 나라였던 우리나라 음식!

조금만 노력하면 지구도 미래도 건강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


 

해물칼국수, 겉절이, 도라지무침, 녹두빈대떡

 

추석날 아침은 건너뛰고 칼국수 먹는 집 ㅎㅎㅎ

비도오겠다, 쓰고 남은 해물도 있겠다, 겉절이도 담갔고 전도 있으니 이보다 잘 어울리는 메뉴가 있을까? 만장일치로 결정된 메뉴다.

 

 

문제는 추석이라 문 연 가게가 없다는 점 ㅎㅎ

달보고 들어와서 반죽 만들어 숙성시켜두고 칼국수 밀어서 만들어 먹었다.

국물이 ~ 국물이 끝내줘요 ㅎㅎ

 

연잎밥, 나물, 된장찌개

 

나물부자니까 된장찌개 끓여 ‘연잎밥’ 으로 추석저녁 먹었다. 여러 잡곡이 다 들어있고 밤이며 연근, 은행도 들어 이거야말로 추석에 딱맞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햇곡식이 다 들어간 영양밥^^

나물과의 조화도 좋아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낮엔 여유롭게 야생화 자연학습장에 산책 갔다오고 저녁밥 먹고는 달구경 하러 산책하고 들어왔다. 추석이라 문 연 카페도 없지만 커피는 집에서 텀블러에 테이크 아웃해서 쓰레기 만들지 않았다.ㅎㅎ 아름다운 것을 계속 보려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


갓김치 김밥, 두부 미역국, 오이 도라지 무침

 

전 부치고 남은 계란물은 계란말이로 말아두었다. 전만 먹다가 이번엔 계란말이 활용해서 갓김치 김밥 만들었다. 역시 김밥은 먹다보면 너무 배부르당. 두부 미역국도 맛있었다. 도라지 무침을 보니 충무김밥을 할 걸 그랬나 생각했다. ㅋㅋㅋ


 

나물비빔밥, 사과, 배, 다시마전

 

오늘까지 넘겨야 하는 원고가 하나 있는데 그걸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완성했다. 추석이 껴있었다고는하나 뭐든 마감일에 끝내는 나도 참…….

안하면서도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인 나는 자면서도 내용을 생각하고, 눈뜨자마자 컴퓨터랑 눈싸움했더니 허기가 졌다.

이럴때 나물 부자인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계란후라이만 얼른해서 비빔밥 만들어 먹었다.

부각을 부숴 올렸더니 이게 신의 한 수 였다.

원고도 보내고 배도 불러서 뿌듯했다.

 

메추리알 아님주의

 

메추리알 아님주의

곰이랑 빵도 먹었고 저녁은 생략하려고 했는데 결국 남은 밥 반그릇 때문에 늦은 시간에 먹고야 말았다. 쌈무, 깻잎, 그리고 간식용 어육소시지를 넣어 급조한 냉털 꼬마김밥! 있는 재료도 해결하고 맛도 있어서 좋았다. 밤에 먹은것만 빼면… 😢


야채김밥

 

이번 가을엔 절기학교에 다닌다. 절기를 왜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자연에 시간에 맞춰 사는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철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다. 첫수업부터 막 감동적이었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준비해 주신 김밥을 먹었다. 미세먼지도 없고, 비도 안오고 맑은 하늘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이런 하늘이 무한대로 이어지는 세상을 꿈꾼다.

 

보리굴비, 녹찻물, 참기름고추장, 밥, 단감김치, 무말랭이, 도라지나물, 안동소주

 

저녁엔 냉동실에서 발견한 보리굴비를 쪄먹었다. 오랜만에 먹는거라 그런지 곰이 너무너무 잘먹었다.(밥을 세그릇 드심) 녹차물에 말아 참기름 고추장 콕 찍어 올려먹는 맛이 기가막히기는 하다.

절기학교에서 배운 단감김치 곁들이고 반찬은 최소한으로만 올렸다. 안동소주와 페어링 굿!

 

 

보리굴비 비린내 없이 맛있게 찌는법

명절에 혹시 보리굴비 선물 받으셨을까요? 부끄럽게도 저는 명절선물 받은 다른 재료를 냉동실에 넣다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보리굴비를 발견했어요. (돌덩인줄) 이래서 냉장고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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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솥밥/ 버섯된장찌개/ 도라지오이무침/ 더덕무침

 

아침에 밥 하려다 곰 때문에 열받아서 곰은 버려두고 친구랑 조찬회동 하고 왔다. 이럴 때 불러낼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산다는게 참 기쁘다. 친구가 커피도 사주고 샌드위치도 사줘서 하는 말은 아니다 ㅋㅋㅋ 점심때가 한참 지났지만 추석에 남은나물로 나물솥밥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추석음식 활용요리-돌솥없는 돝솥비빔밥(vegan)

저는 비빔밥보다 돌솥 비빔밥을 훨씬 좋아해요. 다 먹을때까지 따뜻한 느낌도 좋고, 타닥타닥 장작 타는것 같은 소리도 좋고, 무엇보다 돌솥 바닥에 살짝 눌어서 고소한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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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라면, 겉절이

 

누룽지 까지 야무지게 다 먹고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푹~ 주무시더만 내가 팝콘 만드는 소리에 일어나 나와서 그걸 다 먹었는데 ‘아~ 라면 먹고싶다’ 라고 하는 곰. 정말 위대(大)하다.

소원대로 라면 끓이고 밥도 말아 먹었다.

반 덜어주고 나도 먹었다 ㅎㅎ


 

수제비/ 매운김밥, 야채김밥

 

쌀이 똑 떨어졌다. 추석 전부터 간당간당했는데 무거워서 안샀더니 정말 똑 떨어졌다. 날씨도 너무 좋고 하늘이 예뻐서 핑계김에 나가서 사먹었다..

 

 

근데… 아하하… 우리동네는 일욜에 문을 여는 식당이 별로 없다는걸 잊고 있었다. 돌아다니다 겨우 들어간 김밥집에선 주문이 엄청 밀려서 같이 먹으려고 시킨 수제비를 다 먹고나서야 김밥이 나왔다. 간단히 먹을랬는데 더 오래걸렸네

 

텀블러에 사이다/ 빨대가 은퇴한건 다행이지만 뚜껑도 플라스틱이에요 ㅠㅠ

 

날 좋은김에 운동화 사러 아웃렛에 갔다 왔더니 시간이 애매했다. 오는길에 맥도날드에 들러서 슈니언버거 세트 사들고 들어왔다. 이거 사러 가는길에 곰이랑 싸우고, 집에 와서는 다 식고 눅눅한 감자튀김과 새우버거 때문에 만족도도 떨어졌다. 괜한 돈만쓰고 기분이 나빴다. 그나마 잘한일은 텀블러에 사이다를 받아왔다는 점. 그냥 집에와서 대충이라도 차려먹을 걸 후회가 됐다. 한 주의 마무리를 잘 하지못한 기분이 들었다.

 

어묵우동/ 나물비빔밥/ 알배추겉절이

 

결국 밤 9시에 우동 하나 끓여서 둘이 나누고, 남은밥 한그릇도 둘이 나눠먹었다. 몸에 좋지도 않은 맥도날드 음식 사서 돈 버리고, 싸워서 기분 버리고, 저녁은 또 차리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했다.


추석이 껴있는 주라 명절음식 만든걸로 잘먹고 살았다. 최선을 다해 조금만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먹을것이 넘쳐났다. 나물부자였던게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 명절음식은 상하기 쉬운데 더 조금씩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사다 나르고, 노동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들고 남아서 버리거나 냉동실에 들어간 음식들이 얼마나 많을까?

우리집에도 송편이 남아 냉동되어있는데 다음 명절엔 다른 방식을 취해봐야겠다.

 

추석은 한해동안 농사지어 수확한 작물로 그 작물이 생산되기까지 수고한 사람들과 때마춰 비와 바람과 날씨를 허락한 온 우주와 뭇생명들에 감사하며 음식을 나누는 날이다. 그런데 추석의 핵심인 ‘감사’는 쏙 빠지고 겉치례와 허식만 남아있다.

넘치도록 먹고 마시고, 과대포장된 선물을 주고받으며 쓰레기를 산처럼 만들고, 조상에 대한 예의 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이상한 문화만 남은것 같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친구가 ‘제사가 끊어지는 때’가 언제인지 아냐고 물었다. 언제냐고 했더니 ‘첫째아들 이혼하고 둘째아들도 이혼하고 가정이 다 파탄나 더 이상 제사음식을 만들 사람이 없어질 때’ 라고 했다. 한참 웃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희생이나 헌신없이 모두가 행복한 명절!

먹고 또 먹고 살찔까 걱정하는 연휴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 최우선이 되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다음 명절엔 꼭 필요한 만큼 더 적은 음식만 마련할 것이다. 대신 가족과 이웃과 친구, 수고한 모든 손길과 뭇생명, 온 우주에 감사하는 더 큰 마음을 가져보리라!(불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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