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비건리셋23.1.1.~1.8.)

베푸 2023. 1. 12.

 

2023년 새해 첫날, 곰이랑 2022년 마지막 날 와인을 너무 마시는 바람에 3년만에 열린다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못보고 일찍 잠들었다. 떡국을 끓이기엔 채수가 없어서 팥죽으로 새해를 맞았다.

숙취에도 좋은 팥으로 비거뉴어리 시작!!!

 

저녁에 떡국먹으면 채수를 끓일 줄 알았지만 그거슨 경기도 오산 ㅋㅋㅋ 말린 표고랑 한살림 채소액 부어 끓이고 토란넣어 떡국끓였다.

 

그래도 맑고 담백한 국물맛이 참 좋았다.(비싼 채소액 넣었으니 당연한가? ㅋㅋ) 김장김치는 다 젓갈이 들어간 거지만 비거뉴어리 동안에도 그냥 먹도록 한다. 미나리 전이랑 장터김도 곁들여 뜨끈하고 개운한 한끼!!


 

단감이랑 딸기 그리고 팥죽과 따뜻한 차로 가볍게 먹고 나갔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저녁도 못먹었다. 집에 오는길에 차안에서 핑~ 돌며 허기가 졌다. 이 이후에 먹은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두유 한 잔ㅠㅠ. 의도치 않은 디톡스 데이였다.


 

어제 저녁도 못먹고, 아침엔 한살림 죽 먹을랬더니 하필 똑 떨어지고 ㅠ 의욕도 없어서 율무차로 허기를 달래고 있던차에 같이 밥먹자는 진이언니의 꿀같은 연락을 받았다. 냉큼 달려가 앉았는데 나는 오늘 따뜻한 한끼의 밥이 영혼까지 채워주는 경험을 했다.

반찬도 마치 의도한것처럼 죄다 비건!! 😍

샐러드의 치즈를 제외하고 남김없이 클리어 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황홀한 한끼였다.

 

내가 앉아있는 동안 하나하나 늘어가는 상차림이(배추전, 톳두부동그랑땡, 샐러드, 우엉볶음, 당근볶음, 시금치나물, 동치미, 곤드레밥) 얼마나 황홀하던지… 😍 후식까지 비건이었다. 행복했다.

 

늦은 점심을 영혼까지 배불리 먹은 덕에 저녁은 예산이랑 씨름하면서 스벅 빵으로 먹었다. ‘우리 단호박 보늬밤 브레드’ 라고 비건 빵인데 요거 되게 맛있다. 안에 들어있는 찰떡이랑 팥 단호박도 조화롭고 많이 달지도 않다. 이런 채식메뉴 있어서 참 좋다.


 

비건리셋 한 뒤로 놀랍도록 화장실에 잘간다.

눈 뜨자마자 쾌변, 배를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날것 같은 장상태가 된다.ㅎㅎㅎ 덕분에 잘 먹지않던 아침까지 챙겨먹는다. 남은 팥죽을 동치미와 함께 클리어 하고 집을 나섰다.

 

점심은 한살림 증편과 오트라떼로 대충 때우나 싶었는데 오피스 엄마(?)덕분에 맛있고 뜨끈한 배추전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양념간장 위에 얹어서 쪽쪽 찢어먹는 배추전의 맛은 Jmt!!

 

비건 안주는 감튀밖에 없는줄 알았더니만 새로운 메뉴를 발견해서 기뻤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건식당이 늘고, 제품도 늘고 있지만 더 중요한건 모든 식당에 비건 옵션이 있는것이다. 내가 처음 독일에 갔던 2003년에도 멘자(학생식당)에 비건메뉴가 따로 있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는 묻지도 않고 다이어트에 좋을것같아서 먹곤했는데..(가격도 제일 쌌다), 서양과 동양은 식생활의 차이가 있으니 단순비교해 말 할 수는 없지만 육식이 이렇게나 늘어난 상황과 기후미식의 중요성, 인권의 문제까지 생각하면 채식옵션은 제도적으로 꼭!!! 필요하다.


 

오전 내내 딴짓 하다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밥을 차렸다. 냉장고를 뒤져 남은 재료들을 다 볶았다. 올리브유에 마늘 향을 내고 브로콜리, 단호박, 양송이 버섯을 넣어 볶다 허브솔트만 뿌렸는데 왜이렇게 맛있음?? 누룽지 쌀로 방금지은 새밥까지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다. 밥을 다 먹었는데 김이 남아서 밥을 또 갖다 먹은건 안비밀.

 

어머님의 무김치를 잘게 썰어 파기름내어 볶다가 들기름이랑 설탕도 좀 추가해서 김치볶음밥 만들었다. 냉동실에서 찾은 이케아 플랜트 볼도 구워 올렸다.

 

플랜트 볼이 베지볼보다 훨씬 맛있지만 가공식품 특유의 인공향은 어쩔 수 없나보다. 거슬려서 두개 먹고 곰 다 줬다. 채식이라고 해도 먼거리를 수입해 온 가공식품은 탄소배출 문제에서 더 나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제철 자연식물식을 하려고 애써야지.

 

곰이 퇴근하며 사온 한살림 세일 떡에 곰이 씻어다 준 딸기로 후식(?)까지 배불리 마무으리.

 


 

아침에 오트라떼 한 잔 챙겨먹고 또 회의하러 갔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 다른 사람들은 김밥 시켜먹을때 김치볶음밥이랑 김, 딸기 구성의 도시락으로 점심 먹었다. 준비하긴 좀 귀찮고 무겁기도 하지만 쓰레기를 1도 배출하지 않아서 맘은 편했다.

 

회의가 끝나고 당떨어져서 들어간 카페에선 딸기바나나주스랑 깨찰빵으로 당보충을 했다. 이렇게 비건메뉴들이 몇개만 있어줘도 사람들이랑 이질감 없이 어울리며 신념도 지키기에 좋다. 맛있게 냠냠.

 

비건으로 피자를 시켜먹을까(파파존스 가든스페셜을 치즈없이 먹으면 비건이다.) 아니면 정라면을 끓여먹을까?(쉽게가는 메뉴로 ㅎㅎ) 고민하다 밥을 했다. ‘이거 왜맛있지?’ 하게되는 대표메뉴 양배추 볶음만들고(곰도 정말 잘먹음^^) 두부도 들기름에 굽고

 

 

양배추 반통을 한끼에? - 양배추 볶음(vegan)

양배추 볶음은 저희집에서 자주 해먹는 반찬인데요. 먹을때마다 늘 ‘이거 왜 맛있지?’ 하곤 해요. 마늘향 낸 올리브유에 양배추 넣어 볶다가 허브솔트만 뿌렸는데 이렇게 맛있을 일이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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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만들어 둔 달래장에 곱창김도 꺼내고, 괴산에서 사온 감말랭이로 장아찌도 만들었다.

 

 

감말랭이 고추장 장아찌(vegan)

이맘때 한살림에서 꼭 사는 물품이 있는데요. 간식으로 뜯으면 한번에 다먹을까봐 절제하는게 힘들고요 ㅎㅎ 반찬으로 만들면 매력있는 녀석!! 바로 감 말랭이에요. 한 팩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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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한끼가 뚝딱 완성되었다.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고 싸악~ 남음제로해서 또 기쁘다.

완밥!!!


 

아침에 편의점에서 따뜻한 두유 하나사서 먹고 김포로 고고싱!! 12월에 논생태 해설사 기초강의를 들었는데 심화강의로 편성된 철새도래지 방문 일정에 나도 껴주셨다.

 

겨울이 되니 먹이가 부족해져서 그런가 매일 찾아오는 우리집 새들을 관찰하는것도 재미진데 철새를 관찰 할 수 있다니… 기대가 컸다. 미세먼지가 SF영화의 한장면처럼 심각한 상태여서 안보이면 어쩌나~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철새들이 이동할 때 우리나라의 논들이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되었다. 멀리 날 수 없는 유조들이 처음으로 발딛고 쉬는 장소이자 요기를 하고 쉴 수 있는 쉼터란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런 공간이 점점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움직이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모여서 오래 있다보니 전염병으로 폐사 하는 등의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논은 단지 쌀을 적게먹는다는 이유로, 쇼핑몰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나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이유로 없앨 수 없는 공간인 것이다.

 

우와~ 소리가 절로나는 멋진 모습의 새들이 다치고 아파서 치료중에 있었다. 구조물에 부딪혀 부리나 날개를 다치거나, 전깃줄에 발이 잘리거나 몸이 끼이는 등 이유도 갖가지였다. 미안했다.

 

해설을 듣고 있는데 뭐든 다 인간중심으로만 생각하고, 만들고, 그 중에서도 돈의논리로만 돌아가는 우리의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그 결과로 생긴 기후재앙과 펜데믹 앞에서도 우린 얼마나 깨닫고 달라졌나?

여러모로 좋았던 철새관찰을 마치고 벼꽃농부에서 아주 맛있는 점심식사를 먹었다. 비건이 아닌 반찬들은 곰을 다 주고도 너무너무 훌륭한 식사였다. 연잎밥에 김만 싸먹어도 갬동이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귀여운 큰고니를 보고 있자니 내가 저런 애들의 쉼터를 빼앗고(농지는 축사를 짓기위한 공간을 위해서도 아주 많~~이 뺏긴다)비윤리적으로 키워 잔인한게 도축해 먹는 삶에 기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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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강의에서는, 오리농법의 국내 도입자시자 노무현 대통령의 농사 선생님이신 주형로 샘 강의가 참 좋았다. 친환경 인증제의 문제점이나 논의 중요성등 많은 것들이 인상깊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지고도 가진것을 모르는 가난‘ 이라는 농부님의 말씀이 뒷통수를 후려친 느낌이었다. 정말 우린 모르고 산다.

‘뭐시 진짜 중헌지를… ’

 

김포에 간김에 김포에 있는 홍염탕에서 목욕하고 집에가는 길에 두부전골을 시켰더니 전골에 민물새우가 잔뜩 있었다.

(아~! 하얀 순두부를 시켰어야 하는구나?)

식당에 종이컵만 있는걸 발견하고 얼른 차에가서 텀블러를 가져오는 울곰은 정말 사랑스럽다 ㅎㅎ

비건리셋7일차는 반 만 성공!! 🥲


 

미세먼지가 최악인 날에 내내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목이 엄청나게 부었다. 자는동안에도 숨쉬기 힘들어서 중간중간 깰 정도 였다.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잤는데도 느지막이 일어났다. 밥맛은 없지만 달래장에 김싸서 대충 먹었다.

 

저녁은 곰이 잔뜩 갈아준 감자에 청양고추 쫑쫑 썰어넣고 부친 감자전이랑, 야채를 잔뜩 넣어 만든 쫄면, 그리고 농부님이 선물로 가져오신 홍주 생 막걸리 곁들여먹었다. 셋의 궁합이 너무 좋아서 괜히 막걸리를 한 병만 받아왔다며 후회했다.

곰이 너무 맛있다며 행복해해서 나도 좋았다.

공기가 안좋으니 목이 너무 아프다.

우리가 망가뜨린 생태는 결국 이렇게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ㅠㅠ

 


 

2022년 처음 비건리셋을 했을때와 올해는 너무 다르다. 작년 1월에 코로나 때문에 사적모임도 금지되고 식당에서 밥먹는 거나 마트 쇼핑까지도 제한되는 때라서 집밥으로 비건리셋을 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레시피도 시도하고 성공하고 그러면서 재미도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내내 밖에나가고 또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어려운 점을 많이 느낀다.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고, 같이가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것이 많지 않다.

 

나는 운이 좋게도 주변 사람들이 다 응원해주고 지지해줘서 가능한것들이 많지만 유난이라고 생각하거나 이해받지 못하면 정말 비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동물권을 위해서든, 환경을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매일 매끼니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비건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느 방식이건 지금보단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하루한끼, 일주일 하루, 주말, 혼자있는 날 등 어떤 날을 정해서 채식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게임에 참여하는것 같고 해냈다는 생각도 들며 성취감도 자존감도 생긴다.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올해 비건리셋이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고, 어떤걸 배우게 될까?

 

기대감을 가지고 쭉~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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