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삶/제로웨이스트

모카포트 사용기 (비알레티 뉴브리카 vs 비알레티 비너스)

베푸 2020. 11. 4.

 

 

 요즘 나는 캡슐머신을 대신하여 모카포트를 사용한다.

 

캡슐머신이 1분만에 커피를 만든다면, 모카 포트는 15분 넘게 걸리는 비효율적인 수단이다. 우리집은 주방공간이 좁기 때문에 브런치라도 준비중이라면 요리공간과 음료제작공간이 겹쳐 비효율성은 더 커진다. 게다가 캡슐만 넣으면 누가 어떻게 하던 맛이 똑같아 곰에게 맡길 수 있던 부분도 모카포트는 온전히 내 몫이 된다.

 

불편하다.

 

불편해서 새로 수동 커피머신을 들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니 새 물건의 환경영향성을 생각해 중고 머신으로 구입하면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도 해봤다.

 

그래도 머신을 구입하지 않고 이렇게 적응하기로 했다. 미니멀도 이유중 하나지만, 에너지를 쓰는 전자제품을 늘리고 싶지 않았고, 좀 더 내 삶에 책임지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더 불편하고 더 시간이 걸려 더 인내해야할지라도 덜 해롭고 덜 위험하며 덜 영향을 주며 살고싶다. 뭐 어디 전쟁에 나가는 중대한 결정도 아닌데 커피머신 하나 포기하면서 거창하기도 한 내 모습이 우습다. 그래도 나는 나름 궁서체다. ㅋㅋ

 

모카포트를 만난것도 운명(?)같은 일이었다.

서호책방에서 처음 접한 모카포트 ‘바닐라 라떼’

올봄, 캡슐머신을 정리하기로 맘 먹은 바로 그 시기에, 너무 가보고 싶었던 동해의 ‘서호책방’ 에서, 처음으로 모카포트에 끓인 커피를 맛봤다.

그리고 커피맛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머신커피가 예쁜 냄비로 최신형 인덕션에 끓인 라면이라면 모카포트는 양은냄비로 연탄불에 끓인것 같은 직설적인 맛이랄까? ㅎㅎ

 

모카포트가 주는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 후로 나는 모카포트에 반했고 지금 현재 두 개의 모카포트를 만족하며 사용중이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캡슐을 끊은 이유엔 알루미늄 캡슐의 유해성도 포함된다.

 

캡슐머신과의 이별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캡슐머신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제로웨이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건 오로지 ‘플라스틱’ 의 문제 때문이었기 때문에 커피캡슐은 내 관심에 있지도

vefu.tistory.com

‘치매를 일으킨다’ 지 않은가..

안그래도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을 많이 접하고 있는 세상에서 또 하나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모카포트는 대부분이 알루미늄 재질이었다. 유해성만 따지자면 바꾸나 마나한 일이었다. ㅠㅠ 그래도 처음접한 모카포트 커피의 맛, 무거운 추 때문에 생긴다던 그 맛을 포기하지 못해서 비알레티 뉴브리카 를 사고(알루미늄 재질, 내부에 압력 추가 달려있다) 또 안전하고 환경에도 좋은 스테인레스 재질인 비알레티 비너스도 샀다.

압력추가 있는 비알레티 뉴브리카
압력추 없고 스텐인레스 재질인 비알레티 비너스

 

 처음엔 커피를 끓이는것도 고생이었다.

 

모카포트는 약한불에서 은근히 끓여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야 한다. 뉴브리카는 그 타이밍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거운 추 때문인지 넘치기 일쑤였다.

 

커피한잔 마시려다 가스렌지 청소까지 해야하는 상황 ㅠㅠ

약불에 끓이다가 추가 치이익~ 하는 소리를 내자마자 바로 불을 끄고 기다린다!

불 끄는 타이밍을 잘 맞춘다고 맞췄는데 빨리 달궈지는 알루미늄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커피를 토해내곤 했다ㅠㅠ.

 

또 스테인레스 모카포트는 스테인레스 제조과정에서 묻어있는 연마제가 발암물질이라 처음에 아주 꼼꼼히 틈새까지 기름으로 여러번 닦아줘야했다. 모카포트 구조상 까만 연마제가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하는 작업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연마제가 묻어나오지 않을때까지 몇번이나 닦았던지... 안쪽 틈새가 진짜 관건이었다.

 그래도 사용법에 익숙해지고 *첫작업도 마치자 (*모든 모카포트는 처음 두 번 정도는 세척용으로 커피를 끓여서 버려야 한다. ) 이 두 아이는 자기 성질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내게 기쁨을 주고있다.

 

압력이 있는 브리카는 같은 원두도 더 진한맛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라떼에 적합하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 끔 라떼가 생각날 때만 사용한다.

알루미늄 사용을 줄이려는 내 의도와도 맞아 떨어져 만족스럽다.

라떼전용 뉴 브리카

 

비너스는 추가 달려있지 않아서인지 스테인레스라 그런지 더 가벼운 맛의 커피를 만들어낸다. 평소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다!!

 

또 비너스는 커피도 조용히 추출된다. 넘친적이 단 한번도 없다. 쓰고 바로 닦아줘야 녹스는걸 막고 오래 쓸 수 있는 다소 까다로운 알루미늄과 달리 편안히 내 맘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해물질들로부터 안전한 스테인레스재질 이라는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비알레티 비너스

 그래서 주로 요 아이를 즐겨 사용한다.

 

캡슐커피를 먹을땐 커피회사가 정한 원두만 먹을 수 있었는데 모카포트를 사용하니 내가 원하는 원두를 골라 먹을 수 있는것도 좋다. 커피맛을 위해서라도 물로만 헹구면 돼서 세척도 쉽다.

작은공간에 쏙 들어가는 모카포트와 커피도구

 

머신을 치워서 생긴 공간도 좋고 가스렌지 위 상부장 작은 수납공간에 맞춤하게 보관되는것도 좋다. 커피를 끓이고 치우는 동선까지 굿이다.

 

머신과 비교되지 않게 저렴하고 구입도 어렵지 않다. 보통 모카포트는 해외직구를 해야하지만 당근마켓에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있고 또 자주 올라온다. 정말 사고싶은 모델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면 키워드 알람을 맞추고 기다려 보는것도 방법이다.

 

약6개월간 사용한 나의 느낌은 아주 만족!!!

 

모카포트를 사용하면서 커피를 끓이는 과정까지 즐기게됐다. 이제 기다리는 동안 맡는 커피향도, 그 시간도 즐겁다.

 

주변에 원두를 포장없이 살 수 있는곳도 있다. (심지어 유리병에 판다) 더욱이 모아둔 커피박은 텃밭에 가져가 퇴비화 시키기 때문에 진정한 제로웨이스트, 순환시스템이 가능해졌다.

텃밭에 퇴비화 시킨 커피박 & 음식물

 캡슐머신을 모카포트로 바꾼 뒤 속도를 잃었지만 낭만을 얻었다. 먹고난 캡슐을 볼때마다 죄스럽고 불편했던 마음대신 쓰레기 하나 발생시키지 않는 나만의 커피 순환시스템이 생겼다.

 

제로웨이스트를 한 뒤로 새로운 지식을 알게되어 실천할수록 내가 더 불편해진다는 사실이 때론 모순같지만, 그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따라온다.

 

그거면 됐다. 이 정도는 충분히 불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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