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머선 129 아침부터 택배가 왔다. 뭐 주문한게 없는데 무슨일이지? 싶었다. 어머님이 식재료를 보내셨다. 오이소박이, 깻잎김치, 오징어 젓갈, 직접 담그신 제철반찬에다 텃밭에서 키우신 상추, 살면서 처음 본 특대 사이즈 황태포에 표고버섯, 말린생선까지… 커다란 박스에 터질듯이 꽉차게 들어있었다. 시들까봐 따자마자 보내셨다는 텃밭 채소는 물에 담가뒀더니 금세 뿅 살아나 넘칠것처럼 가득찼다. 깨끗이 씻어 담아놓으니 종류도 많고 어찌나 예쁘던지…. 날이 더우니 찬물에 담긴 푸성귀를 만지고 있는것도 좋았다. 상추가 8가지나 된다. 색도 모양도 참 예쁘다. 갈무리 해놓고 정리도 끝낸 뒤 어머님이 주신 반찬 한가지씩만 꺼내 늦은듯 한 점심을 먹었다. 소박이도 깻잎김치도 너무 맛있었다. 생열무비빔밥과도 참 잘어울렸다. 밥을 먹고.. 베푸 에세이 2021. 6. 10. 조급함 읽은 책은 한 줄이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건 올해 3월 들어서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작년에 집정리 하면서 책을 비울때 ‘이런책도 우리집에 있었나?’ 싶은 책도 나왔고 ‘이건 읽었나?’ 기억이 안나는데 들춰보면 내 글씨가 잔뜩 써있는 책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판본별로 산 게 아닌데 여러권인 책도 있었다. 최소한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는 구분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가벼운 마음으로 단 한줄이라도 감상 평을 남기자고 생각했다. 그 무렵 갑자기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어떤책은 읽는 도중에도 책장을 덮고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독서감상문을 쓰려고 읽는 책은 싫었다. 읽으면서도 집중되지 않고 ‘이걸 어떻게 엮어서 써야하나’ 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너무 좋.. 베푸 에세이 2021. 6. 9. 충동구매 어제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다녀오면서 강남 신세계에 들렀다. 쇼핑 계획없이 나와서 장바구니도 없고 뭔가를 담을 통이나 프로듀스백도 챙기지 않았는데 곰이 매우 가고싶어했다. 울곰에게 백화점 푸드코트는 천국이었다.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이 한군데 모여있는곳이 바로 백화점이 아니던가. 그냥 한바퀴 둘러만 보아도 신기한것 먹고싶은것이 지천이다. 문제는 내가 채식을 한 뒤로 먹을 것이 없으니 - (정말 먹을게 없다. 고기가 안들어 간것이 이렇게 찾기 힘들줄이야. 왜 그렇게 공장식 사육방식에 비 인도적으로 빨리 많이 키워야 하는지 이해가 갔다. 고기 소비가 너무 많다.) - 자기도 혼자먹기엔 뭣한지 시들해졌지만 근처에 온김에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빵이랑 안주거리 몇 개 사고, 6.2. 데이 맞이 할인.. 베푸 에세이 2021. 6. 7. 오늘일기와 강제성 학창시절 숙제로 썼던것 말고 일기를 써본 기억이 없다. 어쩌다 블로그 챌린지 때문에 일기를 쓰다보니 좋은점이 많은것 같다. 그날이 그날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에도 매일 다르고 기록할만한 일들이 있었다. 그 지점을 세심히 관찰하고 내 느낌을 정리하는것이 삶의 또 다른 활력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이땐 뭘했지?’ 하며 다시 들춰보거나 ‘아~ 그런일도 있었지!’ 하며 추억할 수도 있을것 같았다. 블로그 챌린지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매일을 기록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챌린지가 끝나자마자 땡! 귀찮으니 그냥 자게되었다.(어제 곧바로 땡땡이) 강제성 이라는건 그래서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에서 대안학교 학생들이 언어도 잘하고 글쓰기도 잘하고 사회과 과목도 잘하는데 수학과학을 잘 못한다고, 수학 과학은 진득하게 강제로 .. 베푸 에세이 2021. 6. 7. 깨 씻고 깨 볶는법 엄마랑 깨볶았다. ㅎㅎ 깨볶았다고 하니 무슨 연애하는 느낌이지만 글자 그대로 깨를 볶았다. 검은깨. 작년 40일이 넘게 지속된 어마어마한 장마에 가을태풍으로 깨농사를 망쳐 수확량이 1/10로 줄었단다. 한살림에선 올해 아예 깨도 참기름도 팔지 않고 다른 유기농 매장에서 찾아보니 국산 참기름은 무려 100% 가격인상! 작년에 2만5천원 주고 산 참기름이 올핸 5만원 이었다. ㅠㅠ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 없었다. 기후위기의 징후가 내 삶에서 자꾸 느껴진다. 매번 깨는 엄마집에서 당연하게 갖다 먹었다. “엄마 깨 없어!” 라고 전화하면 볶아놓은걸 갖다 먹으라거나 볶아놓을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엄마도 깨가 너무 비싸서 사지 않았다고 한다. 아쉬운대로 참깨는 인도산 유기농으로 구입하고 흑임자는 냉.. 베푸 에세이 2021. 6. 3. 집을 나서기 전과 집에 오는길 누빔으로 바느질 된 베갯잇으로 교체한게 문제였다. 주로 옆으로 누워 태아자세로 자는 나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 한쪽에 선명한 베게자국이 나는일이 많다. 오늘은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랄정도로 자국이 나있었다. 학창시절엔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씻고, 옷을 입거나 아침을 먹을때 쯤이면 이미 그런 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가 어떻게 잤길래 얼굴이 그렇게 됐냐고 해도 귀담아 들은적이 없었다. 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탱탱볼 같던 시절!!) 오늘따라 깊게 새겨진 자국은 내가 나갈준비를 다하고 집안을 정돈하고 준비를 마친상태가 되어도(그러니까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없어질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누가 보기라도 하면 창피할것 같았다. 마스크를 써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덥고 습한데 마스크까지써.. 베푸 에세이 2021. 6. 3. 남겨둬야 아름다운 것 지하철 탈 때마다 궁금했던 자판기 음료가 있다. 내가 마트나 편의점에선 한번도 본 적 없는 초코음료.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있는데다 어떤 성분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 조각만 먹어도 바로 위가 아파진다. 덕분에 못먹은지 한참이다. 최애 음료도 시그니처 초콜릿 이었는데… 동전도 천원짜리도 없어서 만날 그냥 지나치다가 오늘은 500원짜리 동전 두개가 있어서 자판기 초코음료를 구입했다. 진열화면에 있는 그대로 촌스러운 주황 Ghana를 기대했건만 너무 초코스러운 초코가 나와서 좀 실망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기대에 차서 한 모금 마셨다. 엥?? 무슨 맛이야? 이 맛이 아닌뎅? 내가 기대한건 초코우유랑 비스무리한 맛이었는데 이건 코코아 가루를 물에 탄 맛이었다. 음~ 아니 정확하게는 자판기에서 파.. 베푸 에세이 2021. 6. 1. 이불빨래 드디어 겨울이불을 바꿨다. 초봄에 이르게 따뜻했다가 5월에도 다시 추워지는 바람에 게을러서 아직 이불을 바꾸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불을 빨아널었다. 세탁기에 넣어 세탁한 뒤 꺼내서 널어주었다. 건조대에 널 때 조금 힘들긴 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널린 이불을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어릴때 우리집은 마당이 있는 단층집이었다. 볕이 좋은날, 마당에 커다란 벽돌색 고무다라이를 꺼내놓고 이불을 넣고 수퍼타이를 풀었다. 다리를 둥둥 걷고 발로 밟던 모습. 거긴 젊은 엄마도 아빠도 함께였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보여 나도 같이 하고 싶었다. 통도 좁은데 비집고 들어가 같이 밟았다. 차갑고 부들부들하며 미끄러웠다. 두더지 게임처럼 이불은 한쪽을 밟으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왔다. 공기를 잔.. 베푸 에세이 2021. 6. 1. 마르쉐 성수낙낙 오늘은 꼭 사고 싶은게 있었다. 시장에선 팔지 않는, 농부마켓이라 가능한 작물들. 이 계절에 나는 덜여문 콩이나 솎은 채소같은거 말이다. 완두를 키웠던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여린 완두는 밭에서 따자마자 껍질째 생으로 먹을수도 있단다. 풋것의 향과 달큰한 그맛은 밭에서 바로 땄을때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도 스프를 끓이거나 완두콩 우유를 만들때 껍질째 갈아 귀찮더라도 걸러 쓰는 것을 좋아한다. 완두콩 껍질의 달큰하고 폭신한 맛이좋다. 오늘 그 덜여문 완두가 시장에 나온단다. ‘ 그린빈처럼 껍질째 볶아먹고 생으로도 먹어봐야지! ‘ 기대가되었다. 성수연방엔 자주 갔었지만 성수낙낙에서 열리는 마르쉐는 처음이라 일찍가려고 알람도 맞춰놨다. 보통 마르쉐는 늦게가면 인기있는 작물은 사기 어렵다. 조금 늦어 11시.. 베푸 에세이 2021. 6. 1. 윤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윤슬’ 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사진도 자주 찍었는데 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어휘가 있었다니… . 왜 이제야 알았을까? 윤슬, 발음이나 이미지에서도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거기에다 순수 우리말이다. 사진첩을 뒤졌다. 그 동안 찍어둔 윤슬을 살펴보았다. 이름을 알고보니 왠지 더 새로웠다. 나는 번역일을 했다. 의 이수은 작가는 ‘번역은 글로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 대상인 외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것도 쉽지 않지만 더 큰 일은 그걸 우리말로 제대로 풀어놓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데 옮겨놓을 적절.. 베푸 에세이 2021. 5. 25. 남의 일이 아닌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선명한 발신인 ‘엄마’ “어! 엄마 왜?” “어, 저기 은행인데요. 어머님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셨나봐요. 따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따님 괜찮은거죠? 아무일 없으신거 맞죠?” “네” “아, 그럼 어머님이랑 직접 통화해보세요~!” 당황스러웠다. 엄마 전화로 들려오는 웬 남자의 목소리, 보이스피싱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너 잡혀있다고… 돈 가져오라고.. 흐.. 흑”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은행직원에게 신고(?)해서 경찰도 오고 잘 마무리 됐다고 한다. 볼 일이 일찍끝나 마침 집에 들어오던 참인데 놀란 나는 바로 엄마집에 갔다. 다리가 떨려서 집에는 잘 갔을까 걱정했는데 경찰관님이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한다... 베푸 에세이 2021. 5. 5. 자연이라는 호사 날씨가 좋은 날엔 책한권을 들고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집근처 공원에 나간다. 한가로운 공원에 앉아 따뜻한 햇빛과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에 이런 호사가 다 있나 싶다. ‘굳이 돈버는데 열을 올려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시간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개미가 지나가기도하고 나비가 찾아오기도 한다. 요즘엔 책 사이에 자꾸 뭐가 떨어지는데 보면 솜뭉치같은 꽃가루 덩어리다. 까치가 머리맡에서 깍깍 거리기도, 운이 좋으면 오리가족이 물 위에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가 온 뒤엔 땅 냄새가 진하고, 꽃이 피는 계절엔 달콤한 냄새가 나며 풀냄새가 그윽할 때도 있다. 하루도 같은날이 없는 나무와 풀들, 새들과 곤충들이 매일의 풍경을 달리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 베푸 에세이 2021. 5. 5. 봄 엄마는 내가 참 좋을때 태어났다고 했다. 날이 따뜻해져서 개나리가 막 피기 시작하고 새싹이 돋는 참 좋을때라고... 나는 그말이 참 좋았다. 내가 세상에 온 것을 환영받는 말로 느껴졌다. ‘참~ 좋을때....’ 지난주엔 내 생일이 있었다. 엄마는 잡채를 해왔고 곰은 드디어 미역국다운 미역국을 끓여줬다. (그동안은 벌칙같은 미역찜 이었다.😝) 날이 참 좋아 엄마와 산책을 나갔다. 그야말로 봄... 봄이었다. 개나리가 피고, 목련이 피고, 여기저기 진달래도 피기 시작했다. 하늘도 예쁘고 새는 노래하고 새싹들은 땅에서 힘있게 돋아났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생명의 기지개가 느껴졌다. 나뭇가지마다 맺힌 꽃봉오리들도 참 예뻤다. 가지만 덜렁 있더니 언제 이렇게 꽃봉오리를 맺고 언제 이렇게 싹을 틔워냈을까? 빼앗긴 .. 베푸 에세이 2021. 4. 3. 쑥이 아니라... 쑥갓!!! 쑥갓이라고~!! 휴가를 아주 꼬박꼬박 챙기는 곰이 이번달 월차를 반으로 나눠 하루는 치과가고 금요일, 나머지 반을 썼다. 나 혼자는 주로 전날 저녁에 남은 것과 약간의 음식을 추가해서 먹었던터라 반차라는 말을 듣는데 점심 메뉴 고민부터 됐다. “우동을 끓여먹어야겠다.! 어묵도 있고 쑥갓만 있으면 되겠네. 곰 내일 그럼 퇴근하면서 쑥갓 사와. 내가 오늘봤는데 한살림에 있었어.” “어~” 대충 대답하는 둥 마는둥. “적어. 아까 쌀이랑 사올거 메모했잖아. 그러다 또 잊어버린다.” “카톡으로 보내놔. 안 잊어버리고 사올게” 전날밤 카톡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잊을것 같아서 퇴근한다는 메시지 답장으로 또 보냈다. “우동에 올려먹게 쑥갓! 잊어버리지 마” 점심쯤 곰이 왔다. 사오라는 것들을 잘 챙겨왔는지 확인하는데 장바구니에 뜬금없.. 베푸 에세이 2021. 3. 20.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함, 열정이 부러웠던 <로즈 와일리 전> 1년 반만에 전시회에 다녀왔다. 2020년은 코로나로 단 한번의 전시회도 가지 않았으니 2019년 여름 조카를 데리고 앤서니 브라운 전에 갔던것이 마지막이었다. 너~ 무 오랜만이었던데다 봄날같은 따뜻한 날씨, 그리고 엄마와의 데이트였기에 더욱 좋았다. 로즈와일리는 미술대학에 다니던 21세에 결혼 으로 화가의 꿈을 포기했다가 45세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졸업후에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는데 76세부터 인정받기 시작해 현재 86세의 현역화가 라고한다. 로즈와일리가 지금 얼마나 유명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인가와 상관없이 나는 그 꾸준함에 놀랐다. 인정받고 활동한 시기를 빼더라도 45세부터 76세까지 30년의 시간동안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누가 인정해 주든 말든 그 작업을 사.. 베푸 에세이 2021. 3. 16.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어’ 영화 미나리 를 보고..... (글 내용중에 영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집에 갔다. 엄마가 은행볼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였다. 세금도 지로용지를 들고 직접 은행에 가서 납부하고 송금도 다 은행에서 했던 엄마세대에겐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는 요즘의 편리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은행일을 돕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넉넉하지 않은 연금으로 생활을 꾸리시는데 통장에 잔고가 생각 이상이었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그동안 내가 준 용돈이나 가욋돈이 생기면 단 한푼도 쓰지 않으셨단다. 생활비도 세금과 꼭 필요한 지출외엔 아껴서 모두 모아두었다고.... 나에게 목돈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혹시 당신이 덜컥 아프기라도 하면 너희에게 짐이 될까봐 걱정이라며, 엄마는 일어나지도 않은 .. 베푸 에세이 2021. 3. 6. 한 해를 정리하며... 아듀 2020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도 시간이 빨리 흐른 느낌이다. 연초에 세운 계획중에서 실행된것, 아니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되지 않았다. 한참 코로나 블루에 시달릴 쯤 올해는 통째로 없던일로하고 내년부터 다시 2020년이 시작됐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은걸 깨닫게 된 해였던것같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을 세세히 돌보게 되었다. 물건을 줄이고 식물을 키우며 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집은 여름엔 대추나무 잎이 한창 푸른 안방베란다가 아름답고 가을엔 은행나무와 대추나무가 콜라보하는 거실창가가 아름답다. 겨울철엔 해가 쨍하게 안으로 깊숙히 드는 3시부터 해지기 직전까지가 제일 아름답다. (부끄럽지만 이 모든 걸 8년간 이집에 살면서 처음 발.. 베푸 에세이 2020. 12. 31. 아름다운 가을의 색(산책하며 찍은 2020년의 가을) "보다 적은 것이 보다 귀한 것이고, 결과적으로도 넉넉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생활 태도를 소극적인 생활 태도라고 잘못 알아선 안 된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행복의 조건은 결코 크거나 많거나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작은 일을 갖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고, 저녁노으.. 베푸 에세이 2020. 11. 1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