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차린 밥상 오늘 저녁상은 간만에 제대로 차렸다. 일요일엔 떡볶이 해먹었고, 월요일엔 장보러 나가서 사먹은 감자 핫도그 하나로 때웠고, 어젠 외식했으니 나흘만인가? 냉장고 속 재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속도 영편치 않아서 채소 스페셜로다가 차렸다. 초당옥수수로 밥하고, 브로콜리 데쳐서 무치고, 상추겉절이도 만들고… 지난번에 너무 맛있게 먹었던 양배추 볶음이 또 생각나서 양배추를 볶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아뉘~ 그냥 올리브유 두르고 센불로 볶다가 허브소금이랑 후추만 뿌렸는데 이렇게 맛있을 일이냔 말이다. 아삭하고 달큰하며 고소한것이… 제철 채소의 오묘한 맛이란.. 너무 맛있게 된 것이 신기해서 간본다는 핑계로 양배추를 계속 집어먹다가 작은 조각 하나를 떨어뜨렸다. 왼쪽 팔에… ㅠㅠ 맨살인데…… 뜨어~ 소리가 저절로 나게 아.. 베푸 에세이 2021. 6. 24. 집을 나서기 전과 집에 오는길 누빔으로 바느질 된 베갯잇으로 교체한게 문제였다. 주로 옆으로 누워 태아자세로 자는 나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 한쪽에 선명한 베게자국이 나는일이 많다. 오늘은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랄정도로 자국이 나있었다. 학창시절엔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씻고, 옷을 입거나 아침을 먹을때 쯤이면 이미 그런 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가 어떻게 잤길래 얼굴이 그렇게 됐냐고 해도 귀담아 들은적이 없었다. 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탱탱볼 같던 시절!!) 오늘따라 깊게 새겨진 자국은 내가 나갈준비를 다하고 집안을 정돈하고 준비를 마친상태가 되어도(그러니까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없어질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누가 보기라도 하면 창피할것 같았다. 마스크를 써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덥고 습한데 마스크까지써.. 베푸 에세이 2021. 6. 3. <태도에 관하여> - 달콤한 위로보다 도움이 되는 현실조언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불편했다. 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러번 책을 덮었고 여러번 다시 시작했다.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의지적인 나와 다르게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책임감있고 냉정한 작가에 뭔지모를 반감도 생겼다. 이 책은 작가가 15년동안 신문과 라디오, 오디오클립에서 상담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태도에 대해 쓴 단행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시의성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임경선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따위의 꼰대질이 아니라 좋았지만 한편으론 ‘힘들다는 사람들, 버텨보려는 사람들, 그냥 위로해 주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15p 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 Book 돋우다 2021. 5. 29. 윤슬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윤슬’ 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사진도 자주 찍었는데 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어휘가 있었다니… . 왜 이제야 알았을까? 윤슬, 발음이나 이미지에서도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거기에다 순수 우리말이다. 사진첩을 뒤졌다. 그 동안 찍어둔 윤슬을 살펴보았다. 이름을 알고보니 왠지 더 새로웠다. 나는 번역일을 했다. 의 이수은 작가는 ‘번역은 글로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 대상인 외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것도 쉽지 않지만 더 큰 일은 그걸 우리말로 제대로 풀어놓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데 옮겨놓을 적절.. 베푸 에세이 2021. 5. 25. 남의 일이 아닌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선명한 발신인 ‘엄마’ “어! 엄마 왜?” “어, 저기 은행인데요. 어머님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셨나봐요. 따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따님 괜찮은거죠? 아무일 없으신거 맞죠?” “네” “아, 그럼 어머님이랑 직접 통화해보세요~!” 당황스러웠다. 엄마 전화로 들려오는 웬 남자의 목소리, 보이스피싱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너 잡혀있다고… 돈 가져오라고.. 흐.. 흑”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은행직원에게 신고(?)해서 경찰도 오고 잘 마무리 됐다고 한다. 볼 일이 일찍끝나 마침 집에 들어오던 참인데 놀란 나는 바로 엄마집에 갔다. 다리가 떨려서 집에는 잘 갔을까 걱정했는데 경찰관님이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한다... 베푸 에세이 2021. 5. 5. 자연이라는 호사 날씨가 좋은 날엔 책한권을 들고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집근처 공원에 나간다. 한가로운 공원에 앉아 따뜻한 햇빛과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에 이런 호사가 다 있나 싶다. ‘굳이 돈버는데 열을 올려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시간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개미가 지나가기도하고 나비가 찾아오기도 한다. 요즘엔 책 사이에 자꾸 뭐가 떨어지는데 보면 솜뭉치같은 꽃가루 덩어리다. 까치가 머리맡에서 깍깍 거리기도, 운이 좋으면 오리가족이 물 위에 착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가 온 뒤엔 땅 냄새가 진하고, 꽃이 피는 계절엔 달콤한 냄새가 나며 풀냄새가 그윽할 때도 있다. 하루도 같은날이 없는 나무와 풀들, 새들과 곤충들이 매일의 풍경을 달리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 베푸 에세이 2021. 5. 5.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실패는 모르겠지만 요조(저자)는 더 사랑하게 된 책 사실 중고책방에 보낼 생각이었다. 요조를 좋아한다. 그가 가수인지도 홍대 여신이었다는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ㅋㅋㅋ 솔직하고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것이 너무 부럽다. 그런 글이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이 책 출간 소식에 기뻤다. 나오자마자 사다놓고 읽었는데 음? 뭔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고민 이야기도, 너무 잘 뛰고 싶어 트레이닝까지 했다는 달리기 이야기도, 읽기만 하면 울게된다는 시 이야기도 공감이 안갔다. 그래서 1/3 쯤 읽다 두고 잊어버린 책이 되었다. 책장에 자리가 또 없어져서 중고책방에 내놓을 책정리를 하다가 어제 이 책이 생각났다. ‘ 아 맞다! 그 책이 있었지? 얼른 읽고 신간이라 인기있을때 팔아야겠다. ‘ 하는 다소 불경한 생각으로 집어들었는데 중.. Book 돋우다 2021. 5. 3. 쑥이 아니라... 쑥갓!!! 쑥갓이라고~!! 휴가를 아주 꼬박꼬박 챙기는 곰이 이번달 월차를 반으로 나눠 하루는 치과가고 금요일, 나머지 반을 썼다. 나 혼자는 주로 전날 저녁에 남은 것과 약간의 음식을 추가해서 먹었던터라 반차라는 말을 듣는데 점심 메뉴 고민부터 됐다. “우동을 끓여먹어야겠다.! 어묵도 있고 쑥갓만 있으면 되겠네. 곰 내일 그럼 퇴근하면서 쑥갓 사와. 내가 오늘봤는데 한살림에 있었어.” “어~” 대충 대답하는 둥 마는둥. “적어. 아까 쌀이랑 사올거 메모했잖아. 그러다 또 잊어버린다.” “카톡으로 보내놔. 안 잊어버리고 사올게” 전날밤 카톡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잊을것 같아서 퇴근한다는 메시지 답장으로 또 보냈다. “우동에 올려먹게 쑥갓! 잊어버리지 마” 점심쯤 곰이 왔다. 사오라는 것들을 잘 챙겨왔는지 확인하는데 장바구니에 뜬금없.. 베푸 에세이 2021. 3. 20.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라는 세계> 너무 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다. 태생이 아웃사이더 인지 ‘나 아니어도 사는 사람 많은데 굳이 하나 더 보태’ 하는 마음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기도 하다. 안좋은 책이 많이 팔렸다는 뜻이 아니라 나랑 결이 잘 맞지 않았다. 이 책도 베스트셀러란다. 더구나 ‘어린이’ 에 관한 책이라니...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작가는 양육자도 아니고 학교 선생님도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말을 해도 되나? 고민했다고 하던데 나야말로 그 옛날 초등학생을 가르쳤을때와 교회에서 유년부 교사를 했을때, 그리고 조카들을 1년에 몇 번 만나는게 다인지라 정말 어린이와는 상관이 없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Book 돋우다 2021. 3.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