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다는 착각 마크로비오틱 수업에 다녀오면서 빵을 샀다. 맛있는 캄파뉴 사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단호박 깜파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텀블러랑 우산 챙겨 나오느라 오늘은 장바구니를 안들고 나왔다. 그래서 또 종이백을 받아버렸다. 이럴때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고 생각한다. 그래도 종이봉투인데 비닐보다야 낫다고 합리화한다. 우연히 이 카드뉴스를 보았다. 비닐은 어떻게든 안받으려 노력하지만 종이는 ‘친환경’ 이라는 생각이 내게도 있다. 종이봉투를 받아도 버리지 않는다고, 이것저것 담는 봉투로 재사용하고, 모아두기도 한다고 합리화 한다. 그런데 44번이나 써야 환경에 좋다고 한다. 무려 마흔 네 번!!!!! 그렇게 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두 세번 다시 쓰기는 하지만 종이봉투가 그 이상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내구성이.. 베푸 에세이 2021. 6. 26. 상처로 차린 밥상 오늘 저녁상은 간만에 제대로 차렸다. 일요일엔 떡볶이 해먹었고, 월요일엔 장보러 나가서 사먹은 감자 핫도그 하나로 때웠고, 어젠 외식했으니 나흘만인가? 냉장고 속 재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속도 영편치 않아서 채소 스페셜로다가 차렸다. 초당옥수수로 밥하고, 브로콜리 데쳐서 무치고, 상추겉절이도 만들고… 지난번에 너무 맛있게 먹었던 양배추 볶음이 또 생각나서 양배추를 볶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아뉘~ 그냥 올리브유 두르고 센불로 볶다가 허브소금이랑 후추만 뿌렸는데 이렇게 맛있을 일이냔 말이다. 아삭하고 달큰하며 고소한것이… 제철 채소의 오묘한 맛이란.. 너무 맛있게 된 것이 신기해서 간본다는 핑계로 양배추를 계속 집어먹다가 작은 조각 하나를 떨어뜨렸다. 왼쪽 팔에… ㅠㅠ 맨살인데…… 뜨어~ 소리가 저절로 나게 아.. 베푸 에세이 2021. 6. 24. 과천시향 연주회에서 느낀 로컬의 미래 과천시향 연주회에 다녀왔다. 과천에 살면서 제일 좋은거 3가지를 뽑으라면 그 중 하나가 바로 과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 후 8년동안 신년음악회, 계절마다 열리는 기획음악회, 과천축제에서 하는 공연 등 과천시향의 연주를 거의 빠지지 않고 다녔다. 여러번 가다보니 지휘자도 연주자들도 익숙해졌다.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성격을 알것같다. 매우 범생스럽게 지휘자와 눈을 마주치며 열심히 연주하는 키 큰 비올라연주자, 늘 머리를 곱게 묶고 안경을 쓰고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자, 연주하다보면 점점 더 얼굴이 빨개져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클라리넷 연주자, 매우 섬세하게 고운 음색을 내는 빼빼마른 오보에 연주자, 왔다갔다하며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신기한 타악기 연주자, 열정적으로 연주하다보면 .. 베푸 에세이 2021. 6. 22. 소비의 자연스러움 어제 세아유 토마토가 왔다. 택배파업중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다. (택배노동자의 파업 응원해요!!) 고민하다 정기배송을 놓치는 바람에 구매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내년엔 꼭 정기배송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박스를 뜯었다. 플라스틱 하나 없고 맛도 아름다운 유기농 토마토. 이 친환경 박스도 세아유토마토를 유통하는 ‘공씨 아저씨네’ 에서 개발하신 거다. 친환경박스에 무코팅 인쇄라 먹을때마다 마음도 편하다. 지난번 마르쉐에서 농부님을 만났을때 도대체 토마토에 무슨짓을 하신거냐고 여쭤보니 아무짓도 안하고 제멋에 크게 놔두다가 익으면 수확하는게 비결이라신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뭔가를 하고’ 익을때까지 ‘못기다린’ 다는 얘기다. 토마토 맛의 비결이 대해 묻다가 먹거리의 안전성과 인.. 베푸 에세이 2021. 6. 17. 마르쉐와 동네 떡볶이 오늘은 마르쉐 @혜화 가 있는 날이었다. 6월은 또 다른 수확의 계절이다. 푸성귀와 과일이 많이 나온다. 마르쉐가 처음이라면 6-7월에 방문하길 추천할 정도로 지금은 알록달록 색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한 1년중 가장 예쁜 마르쉐를 볼 수 있다. 집에 채소가 잔뜩 있어서 꼭 필요한 몇가지를 사러 오픈시간전에 마르쉐에 도착했다. 오늘 마르쉐는 숲과나눔과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라 평소와 다르게 친환경 행사부스가 많았다. 낭비를 줄이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날도 맑고 출점 품목도 다양했던 만큼 사람도 역대급으로 많았다. 너무 예쁜 모시 빗자루를 보았다. 사고 싶었지만 쓰지 않을것 같아 눈으로보고 사진만 찍었다. 갈 때마다 못샀던 그래도팜의 기토(기적의 토마토) 썬드라이 .. 베푸 에세이 2021. 6. 14.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들 나는 연애할 때보다 결혼하고 나서가 훨씬 좋다. 보통은 시간이 갈수록 처음 만났을때의 설렘이 사라지고 서로가 편해지면서 뜨거웠던 사랑이 식어 정으로 산다던데 나는 그 말에 전혀 공감이 안간다. 서로 양보없이 날것으로 가득찼던 애송이 시절의 그 경험을 다시 하고싶지 않다. 우리사이 불타는 사랑도 존재했던 기억이 없다. 그런감정이 없었다고 사랑하지 않는것도 아니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안에 존재한다. 토요일, 망원동 카페 창비에 다녀왔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망원동은 일부러 가야하는 곳이라 쉽지 않았다. 책으로 가득한 세련된 공간, 도서관 같기도 서점같기도 카페 같기도한 공간이었다. 우리가 간 시간엔 사람이 별로 없어 말을하면 공간 전체에 울릴 정도로 조용했다. 긴장한 곰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곰은 .. 베푸 에세이 2021. 6. 14. 고수(coriander) 도전기 나는 고수를 싫어한다. 고수의 땀냄새(정확히는 암내) 비슷한 향기도 싫고, 씹으면서 나는 비누냄새(맛)도 싫다. 동남아 요리를 먹을때도, 샐러드에 들어있는것도 다 빼고 먹던지 아주 조금만 곁들여 먹는다. 엄마랑 태국에 갔을때 잠시 한눈판 사이 내 샤브샤브 국물에 고수를 왕창 담가놓아서 싸울뻔 하기도 했다. (엄마는 고수를 좋아한다.) 고수를 먹을줄 알면 미식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말이 있다. 김밥에 깻잎 한장이 향을 다르게 만드는 것처럼 고수가 살려주는 풍미가 있단다. 또한 약재로 쓰일만큼 소화기능이나 여러모로 몸에 좋은 채소가 고수다. 효능만 보면 나와 잘 맞는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변형된 사람은 고수에서 비누냄새나 역한 맛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수를 극혐하는 거라고 ….. 베푸 에세이 2021. 6. 11. 우린 모두 연결되어있어 오늘부터 마크로비오틱 여름섭생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격주로 제 계절의 식재료로 내 몸에 맞는 좋은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게 될 것이다. 마크로비오틱 수업은 식재료를 보고, 만지고, 배우는 재미도 있지만 같이 수업듣는 수강생들과 얘기하는것도 큰 재미다. 지난번엔 채식에 관심있고 비건을 해보려고 온 분들이 자기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면 이번엔 요가를 하시는 분들이 다수라 이미 섭생을 잘 하고 계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최근 관심사에 대해 얘기 나누는데 요즘엔 뭐든 새로 사지 않는것과 쓰레기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어떤분은 동물 때문에 채식을 하고, 어떤 분은 제빵을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채식을 하고, 어떤분은 미니멀을 하다가 채식을 하고,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하다가 채식을.. 베푸 에세이 2021. 6. 11. 조급함 읽은 책은 한 줄이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건 올해 3월 들어서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작년에 집정리 하면서 책을 비울때 ‘이런책도 우리집에 있었나?’ 싶은 책도 나왔고 ‘이건 읽었나?’ 기억이 안나는데 들춰보면 내 글씨가 잔뜩 써있는 책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판본별로 산 게 아닌데 여러권인 책도 있었다. 최소한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는 구분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가벼운 마음으로 단 한줄이라도 감상 평을 남기자고 생각했다. 그 무렵 갑자기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어떤책은 읽는 도중에도 책장을 덮고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독서감상문을 쓰려고 읽는 책은 싫었다. 읽으면서도 집중되지 않고 ‘이걸 어떻게 엮어서 써야하나’ 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너무 좋.. 베푸 에세이 2021. 6. 9. 충동구매 어제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다녀오면서 강남 신세계에 들렀다. 쇼핑 계획없이 나와서 장바구니도 없고 뭔가를 담을 통이나 프로듀스백도 챙기지 않았는데 곰이 매우 가고싶어했다. 울곰에게 백화점 푸드코트는 천국이었다.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이 한군데 모여있는곳이 바로 백화점이 아니던가. 그냥 한바퀴 둘러만 보아도 신기한것 먹고싶은것이 지천이다. 문제는 내가 채식을 한 뒤로 먹을 것이 없으니 - (정말 먹을게 없다. 고기가 안들어 간것이 이렇게 찾기 힘들줄이야. 왜 그렇게 공장식 사육방식에 비 인도적으로 빨리 많이 키워야 하는지 이해가 갔다. 고기 소비가 너무 많다.) - 자기도 혼자먹기엔 뭣한지 시들해졌지만 근처에 온김에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빵이랑 안주거리 몇 개 사고, 6.2. 데이 맞이 할인.. 베푸 에세이 2021. 6. 7. 남의 일이 아닌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선명한 발신인 ‘엄마’ “어! 엄마 왜?” “어, 저기 은행인데요. 어머님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셨나봐요. 따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따님 괜찮은거죠? 아무일 없으신거 맞죠?” “네” “아, 그럼 어머님이랑 직접 통화해보세요~!” 당황스러웠다. 엄마 전화로 들려오는 웬 남자의 목소리, 보이스피싱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너 잡혀있다고… 돈 가져오라고.. 흐.. 흑”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은행직원에게 신고(?)해서 경찰도 오고 잘 마무리 됐다고 한다. 볼 일이 일찍끝나 마침 집에 들어오던 참인데 놀란 나는 바로 엄마집에 갔다. 다리가 떨려서 집에는 잘 갔을까 걱정했는데 경찰관님이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한다... 베푸 에세이 2021. 5. 5.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4.26~5.2) 유부초밥을 만드는데 밥이 너무 질게됐다. 원래 메뉴는 유부초밥과 주먹밥이었는데 유부엔 질척한 밥이라도 어찌어찌 집어넣었지만 도저히 주먹밥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때 떠오른 대안!! 밥을 그릇에 잘 담고 급하게 스크램블 만들어서 산나물 무침이랑 같이 올렸더니 소보로 덮밥이 되었다. 밥상에 다소 심심한 색도 살리고 맛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라우니도 초코케이크를 만들때 실수로 베이킹파우더를 안넣어서 생긴 음식이라지? ㅎㅎ 오늘의 만족스런 실수!! 점심은 샤브샤브 사람들이랑 만나는데 고기를 피하기 어려울때 샤브샤브는 꽤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야채가 많고~ 내가 고기를 안먹는다고 하면 대부분 좋아한다. (자기 몫이 많아지기 때문에😝) 육수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그 정도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친목을 위.. 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2021. 5.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