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제자랑>- K스러움의 현재와 희망을 느끼다 곰이랑 강남교보에 갔을때 너무 웃기다는 리뷰를 보고 이 책을 골랐다. 우리는 이 책이 눈에 보일 때마다 의식처럼 “ 전국~ 축제자랑! “ 이라고 외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 딴따따 딴따 따다~ 따라라따라라따따따 따따~ 딩동댕동댕~ 땡~ “ ㅋㅋㅋㅋㅋ 큭큭거리고 낄낄거렸다는 후기와 다르게 나는 읽으면서 별로 웃기지 않았다. ‘창포물 세발공장 컨베이어 벨트’ 나 ‘Berry ginger리’ 같이 빵터진 표현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마이너 개그코드를 가지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센스있는 표현과 드립력을 갖춘 재미있는 글임엔 분명하나 2-3페이지에 한번씩 빵빵 터지진 않았다. 내가 꽂힌건 이책의 개그코드가 아니라 K 스러움의 현실을 짚어낸 부분들이었다.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같은 것을 .. Book 돋우다 2024. 2. 21.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아무튼 여름> 여름휴가때 동해의 서호책방에서 구입해서 ‘이대로 여름이 다 끝나버릴까?’ 아쉬운 요즘 여름의 끝을 붙들고 읽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은 아니지만 추운걸 너무 싫어하는 내게 여름은 꽤 괜찮은 계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름이 왜 좋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옷이 가볍다. 원피스 하나만 쓱 입거나 얇은 옷을 걸칠 수 있다. 입고 벗는데 드는 시간도 에너지도 적다. 가장 미니멀한 패션의 계절이 아닌가? -샤워를 하고 나왔을때 기분이 좋다. 겨울엔 옷을 다 벗고 조금 추운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나와 다시 옷을 다 입어야 하는… 생각만해도 귀찮은 샤워의 루틴이 있다면 여름엔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흘리고 찐득해진 몸을 씻고 욕실문을 딱 열었을때의 그 개운함이 엄청나다. 특히 에어컨 켜지않고 불앞에서 한참.. Book 돋우다 2021. 8. 28. 삶에서 나오는 글의 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이 차 00가요?” 라고 물었는데 대답없는 아저씨. •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운날 안오는 버스를 내내 기다리며 짜증지수가 한껏 올랐건만 ‘정류장에 서지도 않고’ 지나가 버리는 야속한 버스. • 내 취향도 아닌 노래나 라디오 볼륨을 한껏 높여놔서 가는 내내 불쾌했던 기억. • 아직 자리를 잡지도 못했는데 출발해서 관성의 법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운전법 • 어차피 신호에 걸려 정차해 있으면서 앞문좀 열어달란 신호를 끝까지 무시하는 매정한 기사님 등. 내가 버스를 타며 경험한 안좋은 일들을 이 책을 보며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하루 18시간씩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사람이 어떤 지경에 이르는지, 기사님들 중에 왜 그렇게 심혈관계 질환이 많은지, 선그라스는 왜 끼는지 등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이 많다... Book 돋우다 2021. 7. 6. 부지런한 사랑 글쓰기가 두려울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글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포장하고 감춰보려해도 감춰보려는 시도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하는 교만이, 불안한데 괜찮은척 하는 떨림이, 저도 못하면서 잘하라고 외치는 오만이, 서툴지만 조심히 내미는 선의가 은연중에 모습을 드러내고 문장 틈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좋은글을 쓰려면 우선 좋은 의도와 좋은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기교가 부족하고 멋없는 문장이라도 어둔밤 등불처럼 그 마음이 새어나올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슬아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슬아 같은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글방에서 일어난 일, 글 쓰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 일들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나는 이렇게 모.. Book 돋우다 2021. 6. 19. 나를 위해 한 일은 남는것이 없다. -<백세일기> 요즘들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한다. 그럴때마다 먼저 살아간 인생선배나 타인의 삶이 궁금해진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100세를 산 사람을 만나본적도, 얘기를 나눠본적도 없다. 100년이나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그럼 몇살쯤에야 삶이 괜찮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게될까.. 혹시 답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만 100세가 된 철학교수는 시대가 평탄치 못했던 걸 제외하면 개인사적으론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던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없었지만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할 몇가지 마음가짐을 배웠다. 특히 어떤마음으로 일하고 무엇을 위해 일할때 보람을 느끼는지, 소유와 공동체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됐다. 건강을 위.. Book 돋우다 2021. 6. 12. <태도에 관하여> - 달콤한 위로보다 도움이 되는 현실조언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불편했다. 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러번 책을 덮었고 여러번 다시 시작했다.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의지적인 나와 다르게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책임감있고 냉정한 작가에 뭔지모를 반감도 생겼다. 이 책은 작가가 15년동안 신문과 라디오, 오디오클립에서 상담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태도에 대해 쓴 단행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시의성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임경선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따위의 꼰대질이 아니라 좋았지만 한편으론 ‘힘들다는 사람들, 버텨보려는 사람들, 그냥 위로해 주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15p 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 Book 돋우다 2021. 5. 29. 권여선의 <오늘 뭐먹지?>, <안녕, 주정뱅이> - 기쁨과 고통의 술국어를 나누며 같이 취하고 싶어졌다. 를 읽었다. 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며 작가의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지는건 좋지 않다는 지인들의 구박에 술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전작을 쓰느라 고생을 바가지로 한 작가가 자신의 모국어인 술국어로 쓴 글이라 글에 날개가 돋혔다. 들어가는 말부터 시작해서 읽는내내 빵빵 터지고 글로만 된 안주 설명에도 침을 흘렸다. 작가의 글솜씨에 반하고 표현에 감탄하며 너무도 유쾌하게 읽었다. 친구들 구박의 원인을 제공한 작품 가 궁금했다. 와 같은 유쾌함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건… 응??? 낚였?? 이게 뭐지? 하는 느낌도 잠시, 이내 술의 다른 속성을 다룬 작품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은 재미있고 기쁠때 맛있는 안주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해주는가 하면 너무도 고통스러워 생의 .. Book 돋우다 2021. 5. 26. 좋은 삶과 관계의 시작은 겸손함으로부터 - <이해인의 말>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수녀원은 수도를 하러 들어간 사람들의 집단이라 늘 양보하고 사랑하고 평안하게 살 줄 알았더니 그 안에서도 시기 질투 미움 오해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수녀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우리가 ‘성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특별한 형이상학적 존재가 아니라 나약한 한 인간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 위안이 되기도하고, 그럼에도 노력하고 자기수양을 해나가면 공동선을 이루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도 되었다. 수녀님은 세상의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사랑’ 이어야 한다고 했다. 삶이 기쁘고 사랑 안에 있을 때 온갖 자연과 사물에 설렌다며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답은 더욱 사랑 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은 겸손함으로.. Book 돋우다 2021. 5. 16. 보통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데서 분출되는 힘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박완서 샘은 내가 아는 작가 중 가장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고 유려하게 다루는 사람이다. 한때 그의 작품을 읽으며 우리말을 공부했다. , , , 등 소설도 너무 좋지만 나는 박완서샘의 에세이를 사랑한다. 진실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좋은글, 오늘 내게 있었던 작은 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뭐라도 찾아내고야마는 섬세함과 따뜻한 시선, 추억과 아픔까지 버무린 글에 얼마나 위로받고 공감했는지 모른다. 아름다운 글의 박완서 샘 에세이에서 그러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참척의 고통’ 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때 무슨 뜻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참척: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일. 다 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딸 호원숙의 ‘엄마 박완서의.. Book 돋우다 2021. 5. 16.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실패는 모르겠지만 요조(저자)는 더 사랑하게 된 책 사실 중고책방에 보낼 생각이었다. 요조를 좋아한다. 그가 가수인지도 홍대 여신이었다는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ㅋㅋㅋ 솔직하고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것이 너무 부럽다. 그런 글이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이 책 출간 소식에 기뻤다. 나오자마자 사다놓고 읽었는데 음? 뭔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고민 이야기도, 너무 잘 뛰고 싶어 트레이닝까지 했다는 달리기 이야기도, 읽기만 하면 울게된다는 시 이야기도 공감이 안갔다. 그래서 1/3 쯤 읽다 두고 잊어버린 책이 되었다. 책장에 자리가 또 없어져서 중고책방에 내놓을 책정리를 하다가 어제 이 책이 생각났다. ‘ 아 맞다! 그 책이 있었지? 얼른 읽고 신간이라 인기있을때 팔아야겠다. ‘ 하는 다소 불경한 생각으로 집어들었는데 중.. Book 돋우다 2021. 5. 3.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 씁쓸한 인생의 맛있는 기억 햇 완두콩이 나왔다. 완두콩 스프를 끓이려고 하는데 ‘완두콩 스프 이야기를 이 책에서 봤던가?’ 하며 책을 폈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막~ 펼쳐지는것도 아닌데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식을 바탕으로한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날, 심야식당 같은 류의 이야기. (그러고보니 다 일본 작품이네 ㅋㅋ) 지금은 고레다 히로카즈를 제일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였다. 이 책도 비슷한 류의 소설이다. ‘행복한 기억과 슬픈 추억도 요리가 되는 책’ 이라는 부제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영화들과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건 작품 주인공들의 연령때문인것 같다. 작품은 ‘코코.. Book 돋우다 2021. 5. 1. 서울의 3년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릴때 동네서점의 추억이 있다. 전집을 사주는 대신 내가 원하면 하루 몇번이라도 서점에 가서 책을 사주던 엄마와 가장 오래, 가장 많이갔던 동네서점. 지하철 역 근처에 있던 ‘한양서점’. 외관도 실내구조도, 서점주인 아주머니의 헤어스타일과 표정도 기억나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 공간이 사라졌다. 얼마 후, 동네에서 제일 크던 2층짜리 서점도 사라졌다. 인터넷 서점덕에 책을 더 빠르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는지는 몰라도 계산대에서 아주머니가 책 표지를 정성껏 싸주시던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것도, 겨울이 되면 난로에 올려있던 주전자에서 따라주시던 보리차를 얻어먹는것도, 오며가며 들러 지난번 책은 어땠냐며 이야기를 나누는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신간이나 속편이 나오면 집에 전화도 왔다.) 속도를 얻은대신 .. Book 돋우다 2021. 4.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