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이해에 위로받은 시간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5층짜리 오밀조밀한 아파트가 정겹게 있던 동네에서 20층이 넘는 브랜드 아파트들이 연속으로 세워지는 공사판이다. 여기도 턱 저기도 턱 눈돌리는 곳마다 턱턱 막힌다. 스카이라인도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집 거실 창문으론 이제 휘영청 밝은 달대신 24시간 꺼지지 않는 아파트 브랜드 간판이 보인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론 내가 좋아하던 길이 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영화에 나올법한 거대한 침엽수가 우리집이 닿는 골목까지 쫘악~ 늘어서 있는 길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날 이 길을 걸으면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족히 40년은 됐을 이 나무들이 몽땅 잘려나갔다.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어서 그랬는지 뽑은것도 아니고 잘라냈다.. Book 돋우다 2021. 11. 13. 나를 위해 한 일은 남는것이 없다. -<백세일기> 요즘들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한다. 그럴때마다 먼저 살아간 인생선배나 타인의 삶이 궁금해진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100세를 산 사람을 만나본적도, 얘기를 나눠본적도 없다. 100년이나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그럼 몇살쯤에야 삶이 괜찮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게될까.. 혹시 답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만 100세가 된 철학교수는 시대가 평탄치 못했던 걸 제외하면 개인사적으론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던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없었지만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할 몇가지 마음가짐을 배웠다. 특히 어떤마음으로 일하고 무엇을 위해 일할때 보람을 느끼는지, 소유와 공동체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됐다. 건강을 위.. Book 돋우다 2021. 6. 12. <태도에 관하여> - 달콤한 위로보다 도움이 되는 현실조언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불편했다. 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러번 책을 덮었고 여러번 다시 시작했다.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의지적인 나와 다르게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책임감있고 냉정한 작가에 뭔지모를 반감도 생겼다. 이 책은 작가가 15년동안 신문과 라디오, 오디오클립에서 상담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태도에 대해 쓴 단행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시의성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임경선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따위의 꼰대질이 아니라 좋았지만 한편으론 ‘힘들다는 사람들, 버텨보려는 사람들, 그냥 위로해 주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15p 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 Book 돋우다 2021. 5. 29. 권여선의 <오늘 뭐먹지?>, <안녕, 주정뱅이> - 기쁨과 고통의 술국어를 나누며 같이 취하고 싶어졌다. 를 읽었다. 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며 작가의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지는건 좋지 않다는 지인들의 구박에 술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전작을 쓰느라 고생을 바가지로 한 작가가 자신의 모국어인 술국어로 쓴 글이라 글에 날개가 돋혔다. 들어가는 말부터 시작해서 읽는내내 빵빵 터지고 글로만 된 안주 설명에도 침을 흘렸다. 작가의 글솜씨에 반하고 표현에 감탄하며 너무도 유쾌하게 읽었다. 친구들 구박의 원인을 제공한 작품 가 궁금했다. 와 같은 유쾌함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건… 응??? 낚였?? 이게 뭐지? 하는 느낌도 잠시, 이내 술의 다른 속성을 다룬 작품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은 재미있고 기쁠때 맛있는 안주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해주는가 하면 너무도 고통스러워 생의 .. Book 돋우다 2021. 5. 26. 좋은 삶과 관계의 시작은 겸손함으로부터 - <이해인의 말>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수녀원은 수도를 하러 들어간 사람들의 집단이라 늘 양보하고 사랑하고 평안하게 살 줄 알았더니 그 안에서도 시기 질투 미움 오해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수녀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우리가 ‘성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특별한 형이상학적 존재가 아니라 나약한 한 인간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 위안이 되기도하고, 그럼에도 노력하고 자기수양을 해나가면 공동선을 이루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도 되었다. 수녀님은 세상의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사랑’ 이어야 한다고 했다. 삶이 기쁘고 사랑 안에 있을 때 온갖 자연과 사물에 설렌다며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답은 더욱 사랑 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은 겸손함으로.. Book 돋우다 2021. 5. 16.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 씁쓸한 인생의 맛있는 기억 햇 완두콩이 나왔다. 완두콩 스프를 끓이려고 하는데 ‘완두콩 스프 이야기를 이 책에서 봤던가?’ 하며 책을 폈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막~ 펼쳐지는것도 아닌데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식을 바탕으로한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날, 심야식당 같은 류의 이야기. (그러고보니 다 일본 작품이네 ㅋㅋ) 지금은 고레다 히로카즈를 제일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였다. 이 책도 비슷한 류의 소설이다. ‘행복한 기억과 슬픈 추억도 요리가 되는 책’ 이라는 부제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영화들과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건 작품 주인공들의 연령때문인것 같다. 작품은 ‘코코.. Book 돋우다 2021. 5. 1.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에코페미니즘을 말하다. 알맹상점 공동대표 금숙님의 책이다. 출간된지 좀 됐는데 e-book이라 그런건지 최근 내용까지 담겨있어 놀랐다.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솔직한 글이 좋다.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니라 친구랑 한바탕 뒷담화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업~ xx, 나쁜 정부~ 하는 꼬라지 하고는 .. ‘ 하면서 맥주병 하나씩 들고 욕도 오가는 느낌이었다. 의 비존슨이나, 의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은 각각 미국과 독일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한다. 둘 다 매우 훌륭하고 대단한 실천가지만 내 생활에 적용하기엔 맞지않는 어떤 지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금숙님이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로 ‘밀양 송전탑’ 이나 ‘광우병 소고기’ 사태때 활동했던 이야기, ‘발암물질 생리대’ 등 경험했고 또 바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더.. Book 돋우다 2021. 4. 28. 시크한 언니들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 <요코씨의 말> ,<오늘의 인생> 사노요코 할머니를 좋아한다. - 사노요코 작가 가 아니라 정말 한 인간으로의 사노요코를 좋아한다. 그래서 실례가 안된다면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다.) ‘요코씨의 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얼른 서점에 달려가 사다두고 집에 있는 책부터 다시 꺼냈다. 복습시간! ‘평범함은 평범함과 경쟁해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진이 빠진 사람은 당당히 진이 빠진채로 살아가고 싶다.’ ‘언제나 ‘하하하 내 마음이지’ 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쓸데없이 성실하거나 남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 둘로 나뉘는 것 같다. 게으른 사람만 있거나 성실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완벽해지지 않는다. ‘애정은 가까이 있는 존재를 아끼는 데에서 생겨난다. 그것은 때로는 미의식조차 바꿔 버리는 불공평한 편애이다.’ 불편.. Book 돋우다 2021. 4. 18.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라는 세계> 너무 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다. 태생이 아웃사이더 인지 ‘나 아니어도 사는 사람 많은데 굳이 하나 더 보태’ 하는 마음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기도 하다. 안좋은 책이 많이 팔렸다는 뜻이 아니라 나랑 결이 잘 맞지 않았다. 이 책도 베스트셀러란다. 더구나 ‘어린이’ 에 관한 책이라니...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작가는 양육자도 아니고 학교 선생님도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말을 해도 되나? 고민했다고 하던데 나야말로 그 옛날 초등학생을 가르쳤을때와 교회에서 유년부 교사를 했을때, 그리고 조카들을 1년에 몇 번 만나는게 다인지라 정말 어린이와는 상관이 없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Book 돋우다 2021. 3. 12. 나의 삶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있나? (비숲, 마지막 기회라니?) 올 들어 동물에 관한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동물의 이야기는 서식지파괴와 멸종위기라는 단어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것이 가슴아팠다. 이 두 책은 참 재미있다.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읽으며 놀라기도 하고 킥킥대기도 하며 그 연구를 내가 하는듯(비숲), 그 여행을 내가 떠난듯 (마지막 기회라니?) 즐거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하는 동물들에게 마음이 갈수록 그들에게 닥친 상황이 안타까웠다. 멸종되고 있는것이 단지 이 동물들이고 파괴되는건 그들의 서식지뿐일까? 무탄트 메세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이 남을 해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남을 도우면,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입니다. (...) 무탄트들은 고작해야 백 년을 생각하고, .. Book 돋우다 2021. 3. 2. 불안과 공포를 파는 사회에서 독서는 무얼 의미하는가? 제가 어젯밤 읽은 책인데요. 같이 읽어보면 좋을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밀크북_2 읽기의 말들 COUPANG www.coupang.com 우리의 힘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 그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한국인의 삶을 추동하는 것은 단연코 불안과 공포다. 피곤한 얼굴을 달고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라. 카드빚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늘지 않는 공포, 치열한 경쟁 속에 점점 좁아지는 진학과 취업의 불안, 내세울 만한 대학과 직장 없이는 사람들 앞에 당당할 수 없다는 공포, 발버둥을 쳐도 내 인생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공포,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우습게 아는 이들 때문에 자신을 완벽한 것처럼 포.. Book 돋우다 2021. 1. 20. 이전 1 다음